한국경제에도 봄볕이 드는 것일까.이라크전쟁, 북핵 위기, 카드채 등 한국경제를 압박하던 온갖 악재들이 점차 해소될 기미를 보이면서 우리 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외국계 증권사들은 환율 상승세의 진정과 외평채 가산금리 하락 등 금융시장이 빠른 속도로 안정을 되찾자 한국 채권에 대한 투자의견을 잇따라 상향 조정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국가신용등급이 올라갈 것이라는 낙관론마저 나오고 있다. 유가 하락과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라 교역조건도 호전될 움직임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진정과 세계경제의 회복 등이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에 '바닥 탈출'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주가·외평채·환율 '트리플 강세'
16일 종합주가지수는 5일째 오름세를 이어가며 전날보다 16.35포인트(2.70%) 급등한 621.34로 마감했다. 특히 외국인은 이날 1,424억원 어치를 순수히 사들이는 등 이틀째 순매수에 나서 적극적인 '바이 코리아'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대외신인도의 기준이 되는 외평채 가산금리는 지난달 중순 뉴욕시장에서 2.0%까지 상승했으나, 한달 만에 1.2%대로 떨어져 SK글로벌 사태가 불거지기 전인 2월 하순 수준을 회복했다. 원·달러 환율은 8일 연속 하락하면서 지난달 6일(1,210.5원)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제유가 안정 등 교역조건 개선
이라크전쟁이 사실상 종결되면서 국제유가가 하향 안정세를 보이는데다 지난달부터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 가격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는 2월 초 30달러 수준에서 15일 23달러 선으로 떨어졌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종전으로 기업 및 개인의 PC교체가 본격화하면서 2분기 이후 반도체 경기가 회복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교역조건이 개선되면 기업 채산성이 나아지고 가계 소득이 늘면서 소비·투자심리도 호전될 가능성이 높다. 김영주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유가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기업의 수익성이 좋아지고 민간 구매력이 회복될 것"이라며 "재정의 조기집행과 규제 완화에 따른 17조원의 설비투자가 이뤄지면 하반기 경제는 완연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외국계 증권사 투자의견 상향
ING증권은 16일 "북핵 위기 완화와 평화적 해결에 대한 가능성으로 한국 국채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도'에서 '보유'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ING는 "상황이 호전될 경우 투자의견을 '매수'로 한단계 더 올릴 수 있다"며 "무디스의 국가신용등급 하향 가능성도 크게 줄었다"고 분석했다. 시티글로벌마켓(CGM·옛 SSB)증권도 "한반도 전쟁 가능성의 감소는 이미 원화 랠리와 외평채 가산금리 축소 등에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경제의 회복 여부가 관건
하지만 전문가들은 외부여건 개선에도 불구, 기업투자 및 소비심리 회복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내수침체는 3월 이후 더욱 가파르게 추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실물경제의 불안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수석연구원은 "금융시장의 안정을 실물경제의 회복으로 연결짓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며 "미국경제가 회복되지 않는 한 하반기 경제회복을 낙관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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