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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고사리야 어디 있냐?

입력
2003.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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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기획·장순일 그림 보리발행·1만1,000원·초등 저학년용

몇 차례 비에 벚꽃은 벌써 화르르 떨어지고 개나리 진달래가 눈부신 봄, 아이 손을 잡고 가까운 동네 뒷산에라도 올라가자. 간지러운 봄볕에 양지녘에선 할미꽃 제비꽃이 졸고 나무마다 연두빛 새순이 뾰족뾰족 자란다. 흙 냄새 풀 냄새를 잊은 채 컴퓨터만 갖고 노는 도시의 아이에게 봄 산의 화사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은 즐거운 나들이가 될 것이다.

봄 산에는 산나물이 지천이다. 어떤 것들이 자라는지, 언제 따서 어떻게 갈무리하고 요리해 먹는지 알고 싶으면 '고사리야 어디 있냐?'를 들춰보자. 이 책은 나물 박사인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정겹고 구수하게 산나물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첫 장을 펼치면, 연두빛 신록 사이 노랑과 분홍 꽃 대궐 길을 걸어 산으로 가는 할머니와 꽃님이가 나온다. "꽃님아, 산나물 하러 가자. 올라가며 아듬다듬 내려오며 요콤조콤 꺾어 담고 뜯어 담아 동동 뜨는 참기름에 오물조물 무쳐 먹자."

첫 문장에서 금방 드러나듯 이 책은 살아있는 입말로 쓰여졌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산나물 하면서 불렀던 노래 가락을 살려 썼기 때문에 중얼중얼 소리내어 읽으면 더 재미있다.

제비꽃과 노랑나비가 반기는 길을 따라 산에 오르자 할머니는 나물을 잘도 알아보신다. "향긋한 나물취 미끈한 미역취 쫀득쫀득 떡취", 취나물도 여러 가지다. "희끗희끗 잔대, 까끌까끌 삽주, 올라가는 올고사리, 내려가는 늦고사리, 하늘하늘 참꽃마리, 나풀나풀 나비나물, 다섯 가닥 오갈피, 비 온다 우산 나물, 으너리너더리 어수리…"

할머니의 나물 보따리가 두둑해질수록 이야기 보따리도 불룩해진다. 나물 할 때쯤 들꿩이 새끼를 치는 이야기며, 나무의 새순도 쇠기 전 보드래할 때는 뭐든 따 먹을 수 있다는 사실, 가지에 억센 가시가 달려 있어 귀신 는다고 문에 걸어두던 엄나무 이야기 등.

밥과 된장도 갖고 가자. 뜯은 산나물로 쌈 싸먹으면 맛있다. 얼마나 맛있는지 할머니 이야기를 들어볼까. "옛날에 산에 콩 한 말 지고 간 사람이랑 기름 한 병 짜 가지고 간 사람이 있었어. 콩을 지고 간 사람은 콩만 먹으니까 설사만 했지. 기름 들고 간 사람은 나물 뜯어서 무쳐 먹더니 살이 보얗게 올라서 나왔대."

책에는 산나물 24종의 생김새를 보여주는 세밀한 그림이 전편에 깔려있다. 산의 실제 느낌을 살리면서 나물을 좀 더 도드라져 보이게 하기 위해 석판화를 써서 선을 또렷하게 드러낸 다음 수채 물감으로 색을 입혔다. 본문의 그림 속 산나물들 옆에는 작은 글씨로 나물 이름이 적혀있어 숨은 그림 찾기 하듯 하나하나 확인해볼 수 있고, 본문 뒤에 따로 자세한 설명과 그림이 붙어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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