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대북송금 특별검사의 활동이 시작되는데도, 개정을 전제로 원안을 공포했던 특검법 재 협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치권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지만 신뢰를 담보로 한 특검법 공포였기에 안타까움은 크다. 특검법 공포직전에 특검의 내재적 한계를 법개정에 반영시킨다는 무언의 합의가 있었고, 이를 토대로 노무현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를 포기했다.특검의 내재적 한계란 언제, 얼마의 돈이, 어떻게, 무슨 목적으로 북한에 전달됐는지를 밝히면서도, 이 과정에서 남북관계가 훼손되거나 외교적 손상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진상을 밝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되,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십분 감안해야 한다는 게 '선(先)공포 후(後)협상'의 취지였다.
여야는 재 협상에 손을 놓고 있다가 일주일 전부터 마지못해 총무라인의 협상 채널을 가동시켰으나 아직 진전이 없다. 판에 박은 책임전가와 재 개정 합의가 있었느니 없었느니 하는 따위의 구태의연한 공방만이 있을 뿐이다. 민주당에는 신·구파 갈등 속에서 리더십 부재를 탓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한나라당은 재 협상 합의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여야는 특검법 재 협상이 새로운 정치로 가기 위한 노력의 시금석임을 알아야 한다. 재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때 정치권에 대한 신뢰는 또 다시 바닥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모처럼 만에 정치권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자 했던 기대는 실망으로 변할 것이다. 여야 누구에게 더 많은 책임이 있는지는 그 다음의 문제다.
3당 대표는 오늘 청남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초청으로 회동을 갖는다. 비록 늦었지만 여야 수뇌들은 재 협상의 윤곽을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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