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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민간인 피해 나몰라라

입력
2003.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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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부가 이라크 전쟁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를 조사조차 하지 않겠다고 밝혀 전쟁의 정당성 시비에 이어 또 다른 차원의 도덕적 비난이 일고 있다.워싱턴 포스트 인터넷판에 따르면 미 국방부 관계자는 15일 "이라크 민간인 희생자의 수를 집계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전쟁으로 인한 민간인 사상자와 그들의 재산 피해에 대해 배상을 하지 않는다는 미 정부의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에 앞서 미 의회는 12일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이라크 민간인들에게 '적절한 지원'을 해줄 것을 요구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 법안은 전쟁 관련 비용 가운데 25억 달러의 구호 및 재건 비용의 일부를 민간인 피해보상에 사용하자는 내용으로, 민간인 피해조사를 요구하는 내용은 들어있지 않다.

미 국방부는 역사적으로 미군의 무력사용으로 인한 민간인 사상자와 재산 손실을 산정한 바 없다. 군은 시간과 자원의 문제, 아군에 의한 피해와 적군에 의한 피해를 구별하기 어렵다는 점을 그 이유로 꼽고 있다. 미 공군 관계자는 "국방부가 공습의 '부차적 피해'를 조사하면 그 결과는 끝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은 적어도 이번 전쟁에서는 군사 당국이 '부차적 피해'라고 말하는 민간인 피해에 대해 최소한의 규명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는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가 전쟁 전부터 정밀무기와 컴퓨터에 의한 목표 추적 등으로 민간인 희생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해온 만큼 이를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쟁의 정당성 논란도 민간인 피해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더욱 부각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미국은 아직까지 전쟁 명분이었던 대량살상무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라크 정부는 바그다드 함락 전인 이 달 3일까지 민간인 1,254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중에는 명백한 오폭으로 숨진 피해자도 포함돼 있다.

미국은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때도 1,000∼5,000명으로 추정되는 민간인 희생자에 대해 손해배상을 하지 않았다. 2002년 7월 미군의 결혼식장 오폭 때도 아프간 정부가 사망자 48명에게 1인당 200달러를 지급한 것이 고작이다. 미군은 당시 부상자들에게 텐트와 담요만 제공, 상처에 더해 모욕감까지 안겨줬다는 비난을 받았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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