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 장애인의 사회 진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은 정책적으로 고용의 기회를 넓히는 노력이 필요합니다."양승주(梁承周·43) 노동부 고용평등국장은 "공무원 사회를 속속들이 알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는 의욕이 생긴다"며 비관료 출신으로서의 자신의 장점을 내세웠다. 그는 2000년 정부부처에 개방형 직위가 도입된 이래 여성 민간인 전문가로는 최초로 지난 10일 국장급에 발탁됐다. 5대1의 경쟁률을 뚫었다.
84년 한국여성개발원에 첫발을 들여놓은 이후 경북여성정책개발원을 거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회문화여성분과 자문위원을 지내는 등 19년간 여성 노동 정책을 파고든 전문가다. 기혼여성의 고용실태를 주제로 한 논문으로 95년 고려대에서 경제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양 국장은 공직 생활을 시작하자마자 혹독한 시험을 치른 기분이다. 임용 닷새만인 15일 국회 환경노동위 업무보고를 앞두고 '초치기' 시험 공부도 해야 했다.
양 국장은 이제 며칠 안됐지만 관료조직에서 일하면서 종전의 고정관념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정책 방향에 있어서는 민간과 정부 사이에 시각차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정부는 예산이라든가 타부처와의 관계 등 현실적 제약을 고려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는 점을 이해하게 됐죠."
물론 자신의 장점이 민간 출신이란 사실도 잊지 않았다. "정책 공급자로서의 시각보다는 고객으로서 수요를 적극적으로 전달하는 게 저의 주요 임무"라고 덧붙인다. 6년간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수석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노동현장의 여성들을 직접 만나본 경험이나 지자체의 여성정책 집행을 모니터링했던 것이 그의 주요한 경쟁력이다.
그는 스스로 낙천적인 성격이라고 했다. 고2 아들과 초등4년 딸을 둔 어머니이기도 한 양 국장은 "남편에게 결혼 18년 만에 진짜 아버지 노릇을 할 기회를 준 셈"이라면서도 6년 만에 재개된 두 집 살림에 대한 걱정을 웃어 넘긴다.
이번에 면접심사를 받기 전 남편(김태일 영남대 정치행정대 교수)은 그에게 포기를 권유했다. 권기홍 노동부 장관이 입각 전 영남대 교수를 했고 대구사회연구소에서도 함께 활동해 '남편 연줄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싸늘한 시선이 쏟아질 것을 미리 걱정했기 때문이다. 양 국장은 이와 관련 "남편과 권 장관은 보수 정서가 센 대구 지역에서 개혁 성향을 지닌 학자라는 점에서 동지애 비슷한 감정이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고용평등국장 공모작업은 권 장관 이전부터 진행돼왔다"고 잘라 말했다.
양 국장은 "여성과 장애인에 대한 정책을 결정하는 단계까지는 우리나라도 선진국과 다를 바 없지만 단기적 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당분간은 정부가 추진중인 근로여성이나 장애인 고용에 관한 장기 계획을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오랫동안 여성정책 개발과 집행에 관여해온 경력을 살려 장애인의 고용문제에도 접근할 생각이다.
"여성과 장애인에 대한 노동정책은 편견과 고용의 걸림돌을 제거하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그들이 직업 재활 등을 통해 노동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온 힘을 쏟을 생각입니다. 정부가 나를 뽑은 게 잘한 선택이었음을 결과로써 보여드리겠습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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