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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일 개봉 '나비' / 김민종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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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일 개봉 '나비' / 김민종 김정은

입력
2003.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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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음 코믹하겠는 걸! 김민종? 음, 삼마이 영화 아냐? 김정은과 김민종에 대한 가장 단순하고, 과격한 평가는 아마 이런 것일 것이다.이 두 사람이 같이 영화에 출연했다. 그것도 80년대 삼청교육대에 끌려간 남자와 그를 위해 목숨도 내던지는 '순애보 여인'으로. 만만찮은 도전이다. '나비'(감독 김현성)의 캐스팅은 이처럼 위험부담을 안고 시작됐다.

김민종은 자신이 바닥 부근에 있음을 스스로 인정한다. "저도 알고 있어요. 제가 영화에 나오면 '쟤 또 영화하네' 하는 분위기죠. 기대가 없죠. 지난해 '패밀리' 이후 영화는 내 길이 아닌가 보다 하면서 영화 생각을 접었어요. 더 이상 할 자신도 없고…. " 희한한 것은 그렇게 포기했는데 영화사에서 연락이 왔다.

왜 영화와는 그리 좋은 인연을 맺지 못했을까. "음, 시나리오를 고르는 안목도 별로 없고, 정에 끌려 출연한 영화도 꽤 많아요. 그게 결국 제 잘못이긴 하지만요." 탤런트로 가수로 꽤 괜찮은 성적을 보인 반면 고향인 영화에서 그는 가까스로 버텨왔다. 그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나비'에 희망을 걸고 있는 이유는 주인공 민재의 캐릭터가 실제 김민종과 꽤 비슷하기 때문이다.

"민재는 거칠게는 살았어도 정이 많은 인물이에요. 주먹에 정이 많아 깡패 짓도 못하고, 스텝에 정이 많아 제비도 못 되는 그런 남자. 하지만 '한 건 크게 잡아 고향으로 가겠다'는 객기도 버리지 못하다가 삼청교육대에 끌려가는 그런 비극적 인물이죠." 마음 여린 평소의 김민종과 코믹 드라마의 이미지가 반쯤 뒤섞였다.

영화에서 연패한 기억을 가진 그와 승승장구하는 여자 후배와의 작업은 어땠을까. 입에 발린 칭찬 말고 욕을 좀 해달라고 하자 "김정은씨야 흥행 배우고, 나야 100만 명도 못 모아 봤는데…"라고 빼는 척하더니"정은씨 나가서 옷 좀 갈아입지" 라고 말한다. 흉볼 시간을 달라는 얘기다. "예전 신인 때 방송사에서 한 번 봤는데 그냥, 좀 내성적인 친구구나 싶은 인상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준비된 배우예요. 촬영할 분량의 대사를 미리 자기 입에 맞게 조금씩 바꿔와요. 대부분 배우들이 촬영에 들어가야 바뀐 대사를 하는데 정은씨는 좀 달라요. '오빠 이렇게 바꿨는데 어때요' 하고 꼭 제게 얘기를 해주죠. 물론 저는 내공으로 커버하면서 '음, 좋아'하고 흐뭇하게 대꾸했죠."

진짜 자리를 비웠다가 10분 만에 돌아온 김정은은 김민종 칭찬이 대단하다. "김민종씨가 영화를 20편이나 했으니 막 가르치려 들면 어쩌지, 프로입네 하고 탁탁 자기 주장만 내세우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많았어요. 물론 앞서 20편의 영화를 찍을 때도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이 영화를 함께 찍으면서는 마치 신인배우처럼 열정적으로 함께 했어요."

영화를 찍으면서 김정은이 가장 마음이 아팠을 때는 삼청교육대 입소 장면에서 김민종이 머리를 빡빡 깎았을 때. "깎아놓고 보니 머리가 동글동글 짱구라 참 귀여웠는데도 마음 한 구석이 막 아프더라구요." 99년 드라마 '해바라기'에서 삭발 경험이 있는 김정은은 "그 때야 신인이라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때였다"고 대수롭지 않았다는 표정이다.

세번째 영화지만 김정은에게도 '나비'는 각별하다. "귀마개를 한 예고편을 보고 많이 웃어요. 생각해 보세요. 제가 갑자기 우수에 젖은 여인처럼 본격 멜로 연기를 하면 웃지 않을 사람이 없겠죠. 그래서 조금씩 변하려고 애썼어요. 민재와 은재가 시골에서 사랑할 때는 평소의 코믹한 김정은 이미지도 살아 있어요. 하지만 시골에서 올라와 요정에 팔려 다닌 '혜미'가 됐을 땐 좀 다혈질적 성격으로 변했어요. 그게 꼭 반멜로적인 것 같지는 않아요." 영화는 영화고 생활은 생활이었는데 이번에는 촬영 끝나고 살짝 우울증에도 걸릴 만큼 영화에 푹 빠졌다는 설명이다.

삼청교육대가 처음으로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는 '나비'는 소재도, 주인공 캐스팅도 꽤나 도전적인 영화다. 도전으로 끝날지, 결과까지 유의미할지는 5월1일 개봉에서 판가름 날 일이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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