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영(尹太瀛·42) 청와대 연설담당비서관은 노무현 대통령의 속마음을 가장 잘 읽는 측근으로 통한다. 대통령의 연설문과 발언자료 등 모든 원고는 그의 손을 거친다. "하루에도 몇 번씩 대통령의 머리 속을 드나든다"고 한다. 대통령과 독대도 자주 한다. 연설문을 쓰려면 대통령 자신보다 더 대통령의 생각을 잘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내 옆에 있으라"는 대통령의 지시로 최근 사무실도 대통령 집무실 옆으로 옮겼다. 한마디로 대통령의 '그림자 필자'인 셈이다. 그래서 그는 대통령이 주재하는 모든 회의에 참석한다. 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회의에서 "왜 연설담당비서관은 안 보이느냐"며 곧바로 그를 불러들임으로써 그의 자리매김은 확실해졌다.
올해로 노 대통령을 만난 지 15년. 1988년 노 대통령의 의원회관 옆방에 입주해 있던 같은 통일민주당 소속 최정식 의원의 비서로 일할 때다. 90년 3당 합당 이후 '꼬마 민주당'에서 이기택 총재의 비서관을 맡으면서 노 대통령과의 인연을 이어갔다. 93년 노 대통령의 첫 저서인 '여보, 나 좀 도와줘'의 출판을 도우면서 처음 '코드'를 맞췄다. 97년에는 노 대통령이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5분 칼럼' 원고를 썼다. 2000년에는 문희상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하다 경선캠프에 홍보팀장으로 참여했다.
그 때부터 노 대통령의 까다로운 '글 입맛'을 잘 맞추는 바람에 "노 후보의 원고는 윤태영만 쓸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철저히 노 대통령의 입장과 방식대로 생각하는 게 비결이란다. "대통령 주재 회의에는 빠지지 않습니다. 대통령의 생각은 매일 변하니까요." 하지만 항상 "자신 없고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대통령의 감각이 워낙 앞서가 퇴짜 맞기 일쑤다. "경선캠프 시절 처음 원고를 써갔더니 '이건 내 글이 아니고 자네 글이야'라며 돌려줬어요. 얼마 전에도 '태영이는 날 좀 더 따라다녀야겠어'라고 한 소리 들었지요."
그는 청와대의 386 운동권 출신중 맏형 격이다. 81년 연세대 경제학과 3학년 때 교내에 뿌려진 유인물의 원안을 작성한 혐의로 구속됐다. 8개월 복역한 뒤 구로공단에서 2년간 철공소 기술공으로 일하며 노동운동을 했고 86년 대학 졸업장을 받았다.
그는 부드럽고 자상한 성격 탓인지 "정치는 못할 스타일"이라고 자평한다. 하지만 그에게도 꿈은 있다. "소설이든 칼럼이든 정말 내 글을 써보고 싶다"는 것이다. "5년 후 칼럼니스트나 출판사로 새 길을 찾겠다"며 웃는 얼굴에서 그림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배성규 기자 vega@hk.co.kr
사진 홍인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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