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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反부패 교육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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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反부패 교육 절실하다

입력
2003.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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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방국세청 간부의 집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비리실상은 우리 공무원의 윤리수준이 어디쯤인가를 생생히 보여주었다. 세무공무원의 집에서 쏟아져 나온 1,130여 만원의 돈 다발, 200병이 넘는 고급양주, 600만원어치의 각종 상품권 50여장은 우리 모두를 허탈함 속으로 몰아넣었다. 부패는 사회의 통합력을 일순간에 망가뜨리는 대표적 사회악인 것이다.이번 사건을 접하며 관리들의 부패를 질타한 다산(茶山)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 한 구절이 생각난다. 200여년 전 다산은 "천하가 이미 썩어 문드러진 지 오래다"(天下腐爛已久)라고 탄식하며 "날마다 거둬들인 돈 꾸러미를 헤아려 낱낱이 기록하고, 돈과 피륙을 부과하여 전답과 주택을 장만하며, 권세 있는 재상가에 뇌물을 보내 뒷날의 이익을 기다린다"라고 개탄했다.

다산의 분노가 시대를 넘어서 아직도 현실적합성을 갖는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국제투명성기구(TI)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부패지수(CPI)는 40위 권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이며, 아시아에서조차 싱가포르, 홍콩, 일본은 물론 대만, 말레이시아에도 못 미친다.

현재 부패의 원인과 대책에 대한 많은 연구가 축적되어 있고, 부패방지법 돈세탁방지법 제정 등으로 부패근절을 위한 제도적 틀이 마련되었으며, 여러 사정기관들도 부패와의 투쟁에 고군분투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교직에 몸담고 있는 입장에서 주목하고 싶은 것은 현재의 반부패 시스템 속에 반부패 교육 프로그램이 미약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반부패국민연대가 중고생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고생의 약 절반은 부패에 무감한 태도를 보여 우려를 낳게 했다. 삶에 대한 기본 관점을 형성하는 청소년 시기에 부패에 대해 관용적 태도를 갖는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다.

이와 관련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반부패기구라는 평을 받는 홍콩 염정공서(廉政公署·ICAC)가 20년 넘게 운영해온 '반부패 학교교육 프로그램'은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홍콩 공직자에게 저승사자와 같은 염정공서는 반부패투쟁을 성공하려면 부패에 대한 인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 아동과 청소년에게 부패의 해악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는 게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이후 염정공서는 6∼22세를 대상으로 한 교육프로그램에 부패교육을 포함시켰다. 염정공서는 반부패 메시지가 들어있는 만화, 비디오, 게임, 이야기책 등을 모든 유아원에 공급하고 있다. 초·중등 교과과정에도 반부패 관련 내용이 들어가 있으며, 교과서 공급업자 및 저자들과 협조해 반부패의 취지가 담긴 글이 교과서에 실리도록 했다. 1998년부터는 '염정공서 주간'이라는 프로젝트에 학교를 참여시켜 부패의 반사회성에 대한 토론, 게임, 쌍방향 연극 등 각종 학교 활동들을 통해 학생들에게 반부패의식을 심어주고 있다. 뿐만 아니다. 염정공서는 대학에서도 반부패 과목을 필수과목으로 채택할 것을 권하고 있다. 2000년에는 컴퓨터 게임과 웹 페이지상의 활동을 통해 청소년에게 반부패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Teensland'라고 불리는 홈페이지를 개설하기도 하였다.

반부패투쟁은 강한 형벌집행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처벌은 부패가 일어난 뒤의 처방일 뿐이다. 궁극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당장은 효과가 나지 않더라도 장기적 안목에서 반부패교육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이를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어릴 때부터 효과적인 반부패 교육을 실시해 성년이 되기 전에 이미 부패의 반사회성을 인식하고 부패를 용인해서는 절대 안된다는 내적 확신을 갖게 된다면 성인이 된 후 부패의 유혹에서 훨씬 자유로울 것이다. 우리 사회의 청렴도 역시 시나브로 나아질 것이다.

조 국 서울대 법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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