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럼스펠드 미국 국방장관이 행정병 30만 명을 전투병과 정보병으로 전환하는 등 파격적인 미군 편제 개편안을 의회에 제출해 논란이 예상된다.럼스펠드 장관은 '21세기를 위한 국방 개혁'이라는 제목의 205쪽짜리 제안서(www.defenselink.mil/dodgc/lrs/docs)를 10일 상·하 양원에 제출, 하원 군사위원회가 14일 검토에 들어갔다. 데이비드 추 국방부 인사·현대화 담당 차관은 "1950년대 아이젠하워 행정부 이후 가장 혁신적인 군 조직 개편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라크전 조기 종전으로 의기양양해진 럼스펠드가 여세를 몰아 '럼스펠드 독트린'을 강하게 밀어 붙이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가벼운 장비로 무장한 보병의 이동성을 극대화하고 정밀 폭격과 정보전을 통해 속전속결식 전투를 벌인다는 개념의 '럼스펠드 독트린'이 이번 전쟁에서 성공함에 따라 이를 군 편제와 조직 차원에서 구조화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다.
럼스펠드 장관은 "새로운 전쟁에 맞는 전략 수정을 위해서는 첨단 무기 조달에 앞서 인사 제도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 미군의 관료주의적 편제로는 새 전쟁을 수행할 수 없다"고 강조해 왔다.
뉴욕 타임스 등에 따르면 럼스펠드의 개혁안은 행정병 30만 명 정도를 민간인 군무원으로 대체해 군 조직을 실질적인 전투 병력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고위 장성의 정년 및 보직 담당 기간과 예비군 훈련 및 소집 방식을 탄력적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한 마디로 군의 전투 효율성을 극대화하자는 것이다.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은 대통령을 비롯한 수뇌부가 유능하다고 평가되는 고위 장성에 대해 정년과 보직 기간을 국방부 인사위원회를 통해 임의로 연장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합참 고위 장성의 경우 62세 정년을 넘길 수도 있고 전시나 국가 비상시가 아니더라도 4성 장군은 마지막 보직에 4년 이상 머무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1∼3성 장군 및 대장급도 필요시 같은 보직을 2년 이상 맡을 수 있도록 했다.
럼스펠드는 1월 예비역 장교 모임 연설에서 "업무 적응을 마칠 때쯤 되면 보직을 떠나야 하는 인사 제도는 불합리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발생하는 인사 적체 문제에 대비해 1∼3성 장군이 조기 퇴진하더라도 정년을 채운 것과 동일한 재정적 예우를 받도록 했다.
개편안을 검토 중인 던컨 헌터 하원 군사위원장은 "군 편제의 효율성 극대화라는 큰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세부적으로는 독소 조항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개혁안이 럼스펠드의 '제 사람 심기'에 악용돼 가뜩이나 독단적인 그에게 더욱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개혁안에 논란의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이라크전 승리 분위기를 타고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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