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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끝나지 않은 지하철참사의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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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끝나지 않은 지하철참사의 악몽

입력
2003.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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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생물학과 2학년 황순공(21·여)씨는 요즘 수업 듣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수업시간에도 교수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목이 너무나 아프다"며 "중간고사 시험 공부를 하고 싶어도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도서관에선 목이 금방 따가워져 갈 수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황씨의 불행은 방학중이던 지난 2월18일 고향 대구에서 영어학원을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면서 비롯됐다. 방화참사가 난 문제의 전동차 1080호의 3호객차에 탔던 황씨는 벌건 화염과 질식할 듯한 연기를 뚫고 재빨리 대피해 천만다행으로 목숨은 건질 수 있었다. 별다른 외부 화상은 입지 않았지만 워낙 유독가스를 많이 마시는 바람에 기도에 큰 화상을 입고 말았다.

병원에서 기도와 폐부에 가득 찼던 유독 가스를 빼내고 항생제 주사를 맞는 등 2주간의 입원치료를 한 뒤 기도에서 가래를 빼내는 추가치료를 4주간 받고서야 겨우 퇴원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다시 캠퍼스로 돌아오긴 했지만 조금만 말을 오래 해도 목이 아프고 목소리가 갈라져 정상적인 대학생활을 하기가 어려운 상태다. 강의가 끝나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관심을 가졌던 취미생활이나 서클활동을 포기한 채 곧바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취집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

황씨는 "공기가 조금만 나빠도 금방 목이 부어오르고 노트필기도 제대로 할 수 없어 이번 주부터 시작될 중간고사를 어떻게 치러야 할지 모르겠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황씨는 설상가상으로 사고당시의 환각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도 시달리고 있다. 저녁에 잠자리에 누우면 사람들이 뜨거운 불에 괴로워하며 죽어가는 모습이 떠올라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아직도 기도 화상 및 정신치료를 위해 매주 1번씩 병원을 오가는 황씨는 "어서 빨리 그날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며 "살아남은 자가 죄스럽고 고통스럽게 살아가도록 하는 비극적인 참사가 이젠 사라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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