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고객의 금리인하 요구권을 명문화한 은행 여신거래기본약관 개정에 이어 공급자(은행) 편의위주로 돼 있는 예금약관도 대폭 손질된다. 예금금리 변경 등에 관한 은행들의 공시 의무를 한층 강화하고, 범죄에 악용되고 있는 타인명의통장(속칭 '대포통장')의 입출금을 제한하는 규정도 신설될 전망이다.금융감독원은 15일 금융소비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은행연합회와 시중은행 간 협의를 거쳐 '은행예금거래 기본약관' 개정안을 마련, 5월부터 시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예금거래 기본약관이 개정되는 것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일부 규정이 바뀐 이후 5년 여 만이다.
개정안은 우선 은행들이 일방적으로 고객과의 거래조건을 바꾸지 못하도록 거래내용의 변경에 대한 공시의무를 대폭 강화했다. 은행이 고객에게 불리하게 개별 약관을 변경할 경우 현재는 1개월 전에 영업점 및 일간지에만 약관 개정내용을 공시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은행의 인터넷 홈페이지와 CD·ATM 등 현금자동화기기, 이메일 등을 통해서 모든 고객에게 반드시 통지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장기주택마련저축 등 변동금리가 적용되는 적립식 예금의 이율이 바뀌게 될 경우 모든 은행이 의무적으로 고객의 통장에 금리변경 사실을 구체적으로 표시, 고객이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은 또 노숙자나 신용불량자 등 명의의 대포통장을 매매하는 행위가 발견될 경우 은행이 일방적으로 해당 통장에 대해 입출금 및 잔액조회 정지, 계좌 해지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에 따라 사법당국의 수사가 착수되기 이전이라도 은행 차원에서 대포통장을 이용한 범죄행위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비밀번호 누출로 인한 고객피해를 막기 위해 은행권에 비밀번호 입력기(핀패드) 설치를 유도하는 조항도 신설됐다. 이에 따라 통장을 만들거나 돈을 찾을 때 전표에 비밀번호를 적는 대신 고객이 직접 창구에 설치된 핀패드에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방식이 빠르게 확산될 전망이다. 개정안은 또 고객이 무통장 송금을 했다가 입금취소를 요구해오면 은행 직원의 오조작 등 은행에 귀책사유가 있을 때만 입금 취소가 가능하도록 명시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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