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시리아에 대해 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테러를 지원하고 있다며 연일 협박의 강도를 높여가자 프랑스, 러시아 등 이라크전에 반대한 국가들과 유럽연합(EU)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도미니크 드 빌팽 프랑스 외무장관은 14일 "현 상황은 미국의 자제가 분명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러시아 외무차관도 "미국의 시리아에 대한 강경 발언은 어려운 중동 상황을 더욱 꼬이게 만들 것"이라며 이성적인 행동을 주문했다.
요슈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은 "우리는 또 다른 대결을 벌이기보다는 평화를 얻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U 외무장관 회담에서도 참석자들은 미국이 시리아에 대한 압력을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비에르 솔라나 EU 외교 정책 대표는 미국을 지목하지는 않았으나 "격동하는 중동 지역에 불을 지르는 데 반대한다"고 밝혔다.
시리아 주변 아랍국들은 특히 거세게 반발했다. 아므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이자 아랍 국가인 시리아에 위협을 가하는 데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오사마 엘 바즈 이집트 대통령 보좌관은 "시리아에 대한 압박은 다른 아랍 국가도 차례로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상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을 줄곧 지지해 온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도 이날 하원에 출석해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으로부터 사담 후세인 정권 고위 인사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으며 약속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프 훈 영국 국방장관은 "시리아에 대한 군사행동 계획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시리아에 대한 미국의 압박은 이날도 계속됐다.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시리아가 12∼15개 월 전에 화학무기 실험을 했다"고 비난했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모하메드 알 사바 쿠웨이트 외무장관과 회담 후 "우리는 앞으로 취할 외교적, 경제적 또는 다른 성격의 가능한 조치들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해 제재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테러범을 숨겨주고 있는 시리아는 테러국가"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미국에 대해 시리아가 남부 레바논에서 헤즈볼라 게릴라들을 축출하고 팔레스타인 과격 단체들도 추방하도록 압력을 가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이스라엘 언론들이 보도했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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