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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서 발암의심 물질 / 국산·수입품 24종서 정자손상 프탈레이트 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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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서 발암의심 물질 / 국산·수입품 24종서 정자손상 프탈레이트 검출

입력
2003.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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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를 손상시키는 환경호르몬이자 발암의심물질인 프탈레이트가 향수와 무스 등 국내 유통중인 국산, 수입 화장품에서 다량 검출됐다. 해외에서 화장품에 프탈레이트가 검출됐다는 보고는 있었지만, 국내 유통 화장품에서 무더기로 검출된 것은 처음이다.시민환경연구소와 서울환경운동연합 여성위원회는 올 2월 서울 유명 백화점에서 유통되는 화장품 24종(국산 14종, 수입 10종)을 수거해 프탈레이트 함유여부를 조사한 결과, 24종 모두에서 다량이 검출됐다고 15일 밝혔다.

폴리염화비닐(PVC)을 부드럽게 하는 데 사용되는 합성 화학물질인 프탈레이트는 1930년대부터 PVC 제품에 많이 사용돼 왔지만, 1990년대 후반에 이르러 인간의 생식능력을 손상시키거나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물질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조사에서는 향수, 헤어무스, 헤어스프레이, 모발염색제, 매니큐어 등 5개 화장품 품목에서 에틸헥실(DEHP), 디부틸(DBP), 디에틸(DEP), 부틸벤질(BBP) 등 4종의 프탈레이트 함유농도가 검사됐다. 유럽연합(EU)은 2001년 DEHP와 DBP를 '인간의 번식력을 손상시킬 수 있고, 성장에 독성이 있는 것으로 간주해야 할 물질 그룹'으로 분류했고, 미국 환경보호국(EPA)도 DEHP를 유력한 인체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환경련 등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24개 제품 중 23개서 두 종류 이상, 12개 제품에서 3종류 이상, 2개 제품에서 4종의 프탈레이트 성분이 함유됐다. 특히 EU가 지난해말 화장품에서 사용금지토록 한 DEHP, DBP가 15개 종에서 평균 4.1㎎/㎏, 21개 종에서 평균 430㎎/㎏이 각각 검출됐다.

매니큐어에 DBP 함유량이 유독 많았고 국내 P사의 제품에서는 9,857㎎/㎏까지 검출됐다. 향수에서는 정자의 DNA를 손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DEP가 특히 많이 검출돼 평균 농도가 2,864㎎/㎏에 이르렀다.

한편 스웨덴 자연보호협회가 지난해 자국에서 시판중인 34개 화장품을 조사한 결과 27개 제품에서 프탈레이트가 검출됐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샤넬의 넘버5, 크리스찬 디올의 포이즌, 랑콤의 트레졸 등 국내에서도 인기있는 향수 제품도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환경연구소측은 "일상 생활에서 매일 사용하는 화장품이라 인체 위해도는 더욱 높지만, 국내에서는 아무런 기준과 규제가 없다"며 "프탈레이트 사용 금지 기준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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