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국회 문화관광위에서는 정부의 언론정책을 놓고 여야 의원들과 이창동 문화부 장관이 격론을 벌였다. 대정부질문에 이어 2라운드 언론정책 공방인 셈이다.한나라당 의원들은 문화부의 '홍보업무 운영방안'에 대해 "정부가 언론을 장악·통제하기 위한 의도"라며 파상공세를 폈다. 하지만 이 장관은 시종 차분한 자세로 야당 의원들의 예봉을 논리적으로 맞받아치는 등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언론계 출신 의원들이 주로 공세의 총대를 맸다. 한나라당 이윤성 의원은 회의 시작과 동시에 "업무현안 보고자료에 '홍보업무 운영방안' 등이 빠졌다"면서 이 장관의 직접 보고를 요구, 군기잡기를 시도했다.
이에 이 장관이 "언론과 정부 관계의 부적절한 관행을 해소하고 정부의 정보를 획기적으로 공개하기 위한 조치"라고 '홍보업무 운영방안'의 순수성을 길게 설명하자, 이 의원은 "영화감독이 언론 얘기를 하는 것은 빵점"이라며 "영화 같은 얘기 그만 하라"고 호통쳤다. 같은 당 정병국 의원 등은 "정부와 언론의 부적절한 관계가 도대체 뭐냐"고 따졌다.
이원창 의원은 "장관이 '특종은 쓰레기통을 뒤져 쓰라'고 했다는데 이는 기자직에 대한 모독"이라고 주장했고, 고흥길 의원은 "야당이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기 전에 장관 스스로가 언론장악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할 용의가 없느냐"고 다그쳤다.
이윤성 의원은 "이라크전 보도는 진실과 추측, 오보가 오버랩 되면서 이뤄졌는데 이게 언론"이라면서 "장관은 언론의 안 좋은 관행만 들어 바로잡겠다는 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이 장관의 언론관을 문제 삼았다. 김일윤 의원은 이 장관의 소설 '용천뱅이'의 제목을 인용, " 용천뱅이는 '보통사람과 어울리지 못하는,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존재'인데 취임 이후 장관의 행보가 그렇게 느껴진다"고 공격했다.
그러나 이 장관은 "책임질 일이 있으면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책임을 지겠지만 취임한 지 두 달도 채 안됐는데 국민 여망을 저버리고 사퇴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본다"면서 "열심히 일하라는 질책으로 알고 성심껏 일하겠다"고 받아넘겼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정부 언론정책의 보완을 주문하는데 치중했다. 민주당 김성호 의원은 "신보도지침 주장은 터무니없는 사실왜곡이자 정치공세"라며 "정책에 대한 시각차와 장관의 태도 등 괘씸죄로 해임건의안을 낼 수는 없다"고 야당의 공세를 차단했다.
이 장관은 답변에서 "이번 홍보업무 운영 방안은 이전에 비해 공무원이 업무를 보고 있을 때 기자의 사무실 출입을 금지한 것만 다를 뿐"이라며 "취재원을 빼앗는 정책은 전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선의로 출발한 홍보업무 운영방안에 어느 정도 저항과 반발은 예상했지만 이 정도로 공격의 대상이 될 줄은 몰랐다"면서 "시행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고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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