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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한국에 갇힌" 해외 패키지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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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한국에 갇힌" 해외 패키지여행

입력
2003.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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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해외 여행을 참 많이 하는 것 같다. 패키지로 많이 가지만 배낭 여행을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왜 해외 여행을 그렇게 많이 할까? 다른 나라, 문화, 민족, 사람, 관습 등을 접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유명한 역사 유적과 다른 문명의 자취를 보고, 때로는 새로운 경험을 쌓으려는 의도일 것이다. 외국에 쉬러 가는 사람도 많긴 하다.나 역시 여행을 무척 좋아하고 가능한 자주 가려고 한다. 보통은 배낭 여행을 많이 간다. 배낭 여행이 좋은 이유는 보고 싶은 것을 다 볼 수 있고 시간에 늦어도 상관이 없고 재미있는 사람들도 많이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 위험하긴 하지만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다.

얼마 전 생일을 맞았다. 이번 생일은 이전과 다르게 보내려고 태국 여행을 계획했다. 오래 전부터 태국을 가려 했지만 그 때마다 생각하지 못한 일이 생기는 바람에 가지 못했다. 이번에는 무슨 일이 생겨도 친구들과 같이 가기로 하고 여러 조건을 따져본 다음 패키지를 선택했다.

패키지 여행은 약간 실망스러웠다.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긴 했지만 태국에 대해서는 여행을 떠나기 전과 마찬가지로 아는 게 별로 없다. 그 이유는 한국을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두 한국어를 사용하고 한국 음식을 먹고 한국인끼리 지냈다. 원래 패키지의 아이디어는 짧은 시간에 아주 많은 것을 보자는 데서 출발했다. 그래서 스케줄이 무척 빡빡하다. 마음대로 움직일 수도 없고 맘에 드는 곳에 더 머무르고 싶어도 짜여진 일정 때문에 쉽지 않다.

게다가 모든 패키지의 일정은 거의 다 똑 같다. 많은 장소에서 한국에서 온 다른 패키지 여행팀을 계속 만났다. 태국인들은 거의 만나보지 못했다. 식당에서도 한국인만 만났다. 하긴 하나같이 한국인이 경영하는 식당들이었으니.

나는 한국 음식을 즐겨먹는 편이지만 해외 여행 갈 때는 그 나라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 태국에서도 다 한식이었다. 태국 음식을 왜 먹지 않느냐고 물어봤더니 맛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여행자들은 음식을 먹어보고 맛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해야 할 권리가 있지 않을까? 이런 해외 여행은 그 목적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한국을 떠났다는 느낌은 전혀 없고 방문한 나라에 대해서도 별로 배우지 못했다. 단, 사진은 많이 찍었다.

안나 파라돕스카 폴란드인 서울대 국어교육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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