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예술의 첨단을 보여주는 전시회들이 잇달아 열린다. 주요 미술관과 화랑들이 사진전으로 봄을 맞는 것은 사진이 이제 미술의 주류 장르로 확고하게 자리잡았음을 보여준다."빛의 흡수" 박영덕 화랑
박영덕 화랑은 미국의 쌍둥이 더그, 마이크 스탄 형제의 '빛의 흡수' 전을 17∼30일 연다. 1985년 첫 개인전 이후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진의 자유로운 구사는 물론 회화, 설치, 조명을 혼합한 혁신적 표현 방식으로 전시 때마다 화제를 불렀다. 95년 이후 8년 만의 한국 전시는 독일, 네덜란드 등을 도는 세계 순회전의 하나로 열린다.
초기 인공위성이 촬영한 태양과 중세 기독교화를 중첩한 이미지 등으로 세기말적 소멸의 메시지를 던지며 현대 문명을 비판했던 그들의 작품 세계는 이번 전시에서는 한층 명상적인 것으로 심화했다. 전시 제목 '빛의 흡수'는 만물의 삶이 우주 속에서 받게 되는 영향을 의미한다. 수많은 작은 가지들로 이뤄진 거대한 검은 나무, 마치 인체의 내부를 드러낸 듯한 단풍나무의 잎맥, 어둠 속에서 빛을 찾는 나방 등의 사진이 그렇다. 일본 나라(奈良) 시대 백제에서 건너가 생불로 추앙받은 교키(行基) 스님의 눈 없는 보살상을 찍은 사진도 흥미롭다. (02)544―8481
"환각의 공간" pkm갤러리
pkm갤러리는 유럽과 미국 출신의 세계적 사진 작가 12명의 작품 27점을 보여주는 '환각의 공간' 전을 11일 개막, 5월10일까지 연다.
주로 사람들이 모두 떠나버리고 버려진 적막한 도시 혹은 황량한 사막의 풍경을 찍은 작품들은 산업사회의 뒤안길, 인간 소외의 현실을 묵시적으로 보여준다.
당초 미국의 미술지 '아트 포럼'의 객원 편집장인 평론가 데이비드 리마넬리가 기획한 전시다. 안드레아스 거스키, 토마스 루프 등 국내에도 잘 알려진 저명한 작가들이 참여했다.
밀랍 인형으로 잔혹극의 한 장면을 연출한 듯한 스기모토 히로시의 흑백 사진은 빛과 어둠의 절묘한 대비를 나타낸다.
리처드 프린스는 뉴욕의 빈 창고와 주차장, 야외 수영장 등의 모습으로 '폐허가 역사를 반영한다'는 점을 보여주려 한다. 안드레아스 거스키는 이번에는 물질 문명의 상징인 대형 호텔 로비를 마치 벌집처럼 찍은 작품으로 현기증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을 출품했다. (02)734―9467
"동물우화집" 대림미술관
대림미술관은 갖가지 기발한 시각의 동물 사진으로 인간 사회를 풍자하는 '동물우화집―사진전'을 12일부터 열고 있다. 6월22일까지 열리는 전시회는 프랑스 문화부 조형예술국장으로 '마담 포토그라프'로 불릴 만큼 유럽 사진계 거물인 아네스 드 구비용생시르가 기획했다. 그는 전시 개막에 맞춰 방한하려 했으나 사스 때문에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일본 중국과 유럽, 미국 등 11개 국 36명의 작품이 선보인다.
프랑스 작가 사라 문은 서커스단의 동물을 향수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중국 작가 양전종은 수탉과 암탉, 병아리 가족의 모습으로 오늘의 중국 사회를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미국 작가 샌디 스커그런드는 수많은 검은 다람쥐들을 조각해 현기증 나는 분홍빛 공간에 배치한 사진으로 현대인의 불안을 다룬다. 한국 작가 김중만은 코끼리의 무리를 통해 원초적 생명의 모습을 포착했다. (02)720―0667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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