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션 작업(한정판 복제)이 가능한 주물 조각이나 판화가 창작 예술품으로 인정 받는 것은 복제가 가능한 작업이지만 타인이 흉내 낼 수 없는 작가 고유의 예술적 영감과 창의성에 바탕하고 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그런데 조각이나 판화와 마찬가지로 에디션 작업이 가능한 동시에 개인의 창조적 시각과 독자적 감각을 토대로 탄생된 사진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창작 예술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예술계의 평가가 그렇다는 말이 아니라 현행 관세법 상의 기준으로 보아 사진은 창작 예술의 영역에서 제외돼 있는 현실이다. 사진은 작가가 손으로 직접 제작한 게 아니고 카메라라는 기계를 통해 찍혀지며, 무한대 복제가 가능하므로 창작품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국내외 문화 예술의 자유롭고 활발한 교류 촉진을 목적으로 해외 예술품의 국내 유입 시 부가세, 관세가 철폐된 지는 오래됐다. 개방화 추세에 따른 이러한 통관제도의 개선은 최근 국내 미술계의 국제 교류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데 커다란 힘이 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사진 작품에 대해서만은 관세법상의 규정과 문화 영역 내의 자리매김이 아직 서로 엇갈려 있으며, 이 같은 제약은 보다 활발한 사진 예술의 국제적 교류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세계 현대 미술계에서 지난 10여 년 사이에 일어난 가장 큰 변화 가운데 하나는 사진 미술이 주류 장르로 급부상한 것이다. 국제적 명성을 얻게 된 사진 작가들은 지금 세계 유수의 미술관 전시회에 다투어 초대되고 그들의 작품은 웬만한 회화나 조각 작품 가격을 능가하는 가격에 소장되고 있다. 이 작품들은 무한정 복제되지도 않으며 둘, 셋 혹은 그보다 약간 많은 숫자로 제한을 두어 고유한 가치와 희소성을 유지한다. 이미지의 시대에 사진 예술의 위력은 날로 커지고 있으며 세계 미술계의 흐름은 이를 자연스럽게 반영하고 있으나 국내 현실은 아직도 이와 많은 거리가 있다.
/박경미·pkm갤러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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