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문제 협의의 새 틀을 짜기 위한 관련국들의 외교적 행보가 급 물살을 타고 있다. 북한과 미국을 잇는 중국 한국 러시아 일본 등의 긴박한 움직임에서 북한 핵 문제를 담아 낼 다자 협의체의 형식과 대화 개시의 시점이 예상보다 일찍 수면 위로 부상할 가능성을 점치기는 어렵지 않다.무엇보다 미국의 반응이 신속하다. 필립 리커 국무부 부대변인은 14일 "북한의 다자 대화 수용 발표에 적절한 처리를 하고 있다"고 밝혀 전날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진전'평가를 구체화하고 있다. 그가 밝힌 '적절한 처리'가 북한과의 직접적인 의사소통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다자 대화 협의체의 구체적 태동을 위한 미국의 외교적 노력이 한창 진행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특히 그는 미국의 향후 조치를 취할 시한으로 '며칠'을 언급함으로써 북한 핵 문제를 논의할 다자 협의체의 윤곽이 드러날 시점이 멀지 않았음을 엿보게 한다.
워싱턴의 소식통은 이와 관련,"이미 미국과 북한간에 남북한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 참여하는 2+4의 대화 협의 형식에 대한 공감이 형성된 것으로 안다"며 "이번 주중 관련국들의 외교적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점에서 중국의 '조용한 중재'외교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언론들은 북한이 다자 대화를 수용하는 데 산파역을 한 중국이 미국의 바그다드 함락을 계기로 중재 외교의 속도를 더 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새 지도부의 안정적 착근과 지속적인 경제 발전을 위해 한반도에 긴장이 조성되기를 원하지 않는 중국이 핵 긴장 완화를 위한 적극적인 역할을 할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북미 직접 대화를 촉구했던 러시아의 입장에도 변화의 조짐이 뚜렷하다.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외무차관은 "러시아는 다자 회담에 적극 참여할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윤영관(尹永寬) 외교부 장관이 최근 미국 일본 중국을 차례로 방문, 다자 대화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 주력한 효과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다자 협의의 조기 개시를 단정하기는 무리다. 무엇보다 아직 협의체 구성의 전제 조건을 두고 북미간에 매듭지어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또 이라크 전후 처리 등 중동 문제 처리에 갈 길 바쁜 미국이 북한 문제에 시간을 다퉈 매달릴지도 의문이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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