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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4 재보선 현장/ 서울 양천 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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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4 재보선 현장/ 서울 양천 을

입력
2003.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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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아주면 모두들 나 몰라라 하는데 뭐 하러 투표합니까."14일 저녁 서울 양천구 신월3동 시장. 제과점을 운영하는 김모(42)씨는 양천 을 국회의원 재선거 분위기를 묻자 대뜸 이렇게 반문했다.

대선 후 서울 민심을 가늠할 격전지로 꼽히는 이 지역에서도 선거 열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출사표를 던진 각 후보측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상가와 아파트촌을 누비며 표밭갈이에 바쁘다. 이 곳에선 한나라당 오경훈, 민주당 양재호, 민주노동당 민동원 후보 등 3명이 각축 중이다.

양천 을은 유권자 17만758명(신월 1∼7동, 신정 3∼5동) 중 호남 출신이 35%인 민주당의 텃밭. 충청 출신 유권자수도 약 20%로 비교적 많다. 민주당과 개혁국민정당은 민주당 양 후보를 내세워 공조 체제를 갖췄다. 여권의 후보단일화 약효 때문인지 초반에는 일단 양 후보가 약간 앞선다는 분석이 많다. 양 후보 진영의 홍진표 기획위원장은 "예상투표율을 30%로 볼 때 3만표 정도면 승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천 과정서 당 내부 갈등이 벌어져 터줏대감인 김영배(金令培) 전 의원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점, '호남푸대접론' 등은 양 후보에게 불리한 요소이다. 신정 4거리에서 만난 전북 정읍 출신의 안모(54)씨는 "과거처럼 출신지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후보를 찍지 않을 것"이라고 호남출신 유권자들의 정서를 전했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3,000여 표 차로 낙선한 오 후보는 이 같은 민주당의 내부 틈새를 공략하며 꾸준히 지역기반을 넓히고 있다. 오 후보측의 송태영 대변인은 "386운동권의 대표 주자로서 상대적으로 젊고 참신한 이미지를 앞세워 30∼40대와 자영업자, 여성층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월 4동에서 슈퍼마켓을 하는 신태균(54)씨는 "지역주의를 없애고 잘 사는 동네를 만들어 줄 후보를 찍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조직과 인지도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인 민 후보는 상가임대차 보호법 개정, 학교 급식 개선 등 생활 속 이슈로 민심을 파고들고 있다. 변현단 조직위원장은 "유권자들이 과거와 달리 민노당에 상당한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며 "15% 득표율이 목표로, 향후 판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권자들의 반응이 냉랭하다 보니 일부 후보 진영에선 유급 선거운동원을 동원하는 등 구태가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3일 양서중학교에서 만난 한 후보측 운동원은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할 말이 없다"면서 입을 닫았다. 한 주민은 "선거운동원들이 일당으로 5만원 넘게 받는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박정철 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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