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는 이름도 생소한 영국계 자산운용사가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주)의 대주주로 돌연 등장하자, 재계와 정부, 투자자 등 시장 전체가 허둥대고 있다.소버린자산운용이 자회사인 크레스트증권을 통해 처음 주식을 매집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24일. 하루 2%가 넘는 엄청난 지분(288만5,800주)을 사들였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증시에서는 "SK 기업가치에 대한 정당한 평가"라는 '위로' 섞인 해석에만 안주했다. 하지만 이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주식을 사들여 이달 10일 1대 주주로 올라서고, SK텔레콤의 경영권까지 위협하는 상황에 이르자 "외국인의 적대적 인수합병(M&A)에 의한 국부 유출"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재계에선 "출자총액제한 등 각종 정부 규제로 국내 우량 기업을 외국에 빼앗기게 생겼다"며 '역차별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소버린이 SK글로벌 분식회계 파문에 따른 SK그룹의 경영공백이라는 '약점'을 파고 들어 치밀한 계산 하에 SK그룹의 전체 경영구도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지분을 확보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SK가 그동안 방만한 투자와 불투명한 지배구조로 제 값(가치)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소버린의 비판에 대해서는 투자자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인다.
재계의 '엄살'과는 달리 국내 법은 여전히 국내 기업이 적대적 인수합병이나 투기성 자금의 기업사냥에 노출되지 않도록 여러 가지 보호장치를 제공하고 있다. 오히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 같은 2중 3중의 규제에 불만을 토로한다. 공개된 기업이라면 외부로부터 공격을 탓하기에 앞서 불투명한 경영으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지는 않았는지, 대주주의 전횡으로 비효율적 투자가 지속되지 않았는지 등 내부의 문제부터 돌아봐야 한다. 시장은 냉혹하다.
김호섭 경제부 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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