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학을 알리는 것은 해외 시장에 상품을 내놓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문화 알리기로 범위를 넓힌다면 상품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상호 교류까지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요."진형준(51) 신임 한국문학번역원장은 "번역원의 기본 임무는 우리 문학을 해외에 알리는 것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 삶과 문화를 알리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번역은 "민족이 아니라 인류의 관점에서 행해지는 작업"이며 "상호 이해에 바탕한 조화와 균형, 상생, 융합의 정신이야말로 그 참 정신"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한국 문학 번역의 목적이 노벨문학상이 될 수는 없다"며 "노벨문학상은 우리 문학과 문화를 세계에 알림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과의 일부일 뿐"이라고 말했다.
진 원장은 또 "지금까지 한국 문학 번역은 밖으로 보여 주는 데 힘을 집중했다"면서 "앞으로는 해외 문학과의 적극적 교류로 세계 속의 한국 문학으로 거듭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체적 상호 교류'가 중요하다고 제시했다. "그 동안 한국 문학은 외국 문학을 무차별적으로 수용해 왔습니다. 허겁지겁 따라가려다가 소화불량에 걸린 모습이지요."
신임 원장으로서 그가 가장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고급 인력 활용 방안이다.
그는 "해외에서 외국문학을 공부하고 돌아온 인재들이 제대로 활약하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면서 "이들이 어떻게 하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불문학 교수(홍익대)이자 문학평론가이기도 한 그는 최근 거론되는 '문학의 위기'가 어쩌면 '문학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보았다.
"역사상 어떤 분야가 가장 융성했을 때 기본 속성이나 본질은 오히려 잊혀지거나 묻혀지고, 심지어 타락하기까지 했지요. 기독교나 불교가 그런 예입니다. 그 분야의 위력이 약화했을 때 본질적 문제를 성찰하게 됩니다. 문학의 힘이 약해졌다는 오늘날에야 비로소 문학이란 무엇인가, 영상 시대에 문자로 문학을 한다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게 됩니다. 지금이 바로 묻혀지고 가려진 문학의 뿌리를 되더듬을 수 있는 때가 아닐까요."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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