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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글로벌 자구안 난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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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글로벌 자구안 난기류

입력
2003.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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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주)의 새로운 대주주로 외국계 크레스트 증권이 등장하면서 그룹 계열사 지원을 핵심으로 한 SK글로벌의 자구안이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크레스트 증권은 이미 SK(주)에 수익창출을 위한 사업재조정과 기업지배구조 개혁을 강도 높게 요구, SK글로벌 지원을 사실상 차단한 상태다.채권단이 요구하는 자구안의 핵심은 그룹 계열사의 전폭적 지원.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15일 "SK글로벌이 지난달 밝힌 1차 자구규모 1조5,000억원으로는 8조5,000억원의 국내외 채무 해소는 물론, 1조9,000억원(분식회계분 1조5,000억원+추가부실 4,700억원)의 부실액을 메우기도 부족하다"며 "계열사와의 내부거래가 전체 매출액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SK글로벌을 위한 자구안은 계열사 지원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채권단은 이에 따라 2차 자구안에는 SK(주)와 SK텔레콤이 SK글로벌에 신규 출자하는 등 강력한 계열사 지원방안이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은 또 SK(주)가 SK글로벌 직영 주유소를 시가에 매입하고(임차보증금 제외 7,000억원) SK텔레콤이 SK글로벌의 두루넷 전용회선망을 적정가(3,500억∼4,500억원)에 매입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크레스트 변수로 계열사의 지원 가능성은 갈수록 희박해져 가는 분위기이다. SK(주) 관계자는 "SK글로벌에 외상으로 준 석유대금 2조원에 대한 출자전환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실사 결과 최종 부실규모가 나온 후 SK글로벌 자구방안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도 주주 반대 때문에 두루넷 전용회선망 매입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크레스트가 SK(주)의 SK글로벌 지원을 원천 봉쇄하고 있어 계열사 지원을 골자로 한 자구안 마련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며 "계열사 지원이 없을 경우 채권단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법정관리나 청산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렇게 될 경우 계열사 보유 주식 전량을 SK글로벌 정상화의 담보로 내놓은 최태원 회장이 주식을 되찾을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진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모든 채무가 동결돼 SK(주)가 갖고 있는 매출채권 2조원은 물론 담보로 내놓은 최 회장의 주식도 회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최 회장의 그룹지배권 상실을 의미한다.

한편 채권단은 이날 예정됐던 SK글로벌의 2차 자구안 제출이 무산됨에 따라 19일까지 제출시한을 연장키로 했다. 이에 대해 SK글로벌은 "자구안 제출시한을 15일로 못박은 적은 전혀 없었다"며 "최근 그룹 계열사 지원방안 마련을 위한 그룹 차원의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한 만큼 5월 중순 실사결과가 나온 뒤 구체적인 자구안을 내놓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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