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오대산에는 두 개의 큰 길이 나 있다. 산 가운데의 진고개를 넘어 강릉 주문진으로 빠지는 6번 국도와 산 서북쪽 사면을 돌아 양양 시내로 들어가는 56번 국도이다. 일명 '구룡령길'로 불리는 56번 국도는 아름답다. 백두대간을 넘는 고개 중 으뜸으로 친다. 자연이 그대로 살아있기 때문이다.삼봉약수는 이 아름다운 길의 초입에 있다. 행정구역상 강원 홍천군 내면 광원리이다. 길이 없던 시절의 이 곳은 오지 중의 오지였다. 남쪽에서 접근하려면 계방산이, 서쪽에서 닿으려면 맹현봉 등 고봉을 넘어야 했다. 동쪽과 북쪽으로는 오대산과 백두대간이 가로막고 있다. 짐승도 찾아가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이 지역에는 예로부터 세상으로부터 버림을 받거나 세상을 버린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
삼봉약수가 세상에 나온 것도 이런 사연을 가진 사람에 의해서이다. 문종의 왕비 현덕왕후의 부친인 권 전이 주인공이다. 단종이 폐위되자 세상을 등졌다. 표표히 떠나 도착한 곳이 바로 홍천군 내면. 날개를 다친 학이 안개가 피어 오르는 계곡물에 날개를 적신 후 다시 날아가는 모습을 보았다. 살펴보니 바위 틈에서 샘물이 솟고 있었다. 마시면 질병이 낫는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전국에 알려졌다. 삼봉이라는 이름의 유래에는 두 가지 이야기가 있다. 수공이 3개여서 그렇다는 이야기와 약수터가 가칠봉, 새양봉, 가가봉 등 세 봉우리가 만나는 지점에 있기 때문이라는 설이다.
물에는 철분과 망간, 불소 등의 미네랄과 탄산이 녹아있다. 분출량은 1시간에 50㏄ 정도이다. 무색투명하다. 그러나 투명한 용기에 넣고 조금 지나면 철분이 산화해 붉은 빛을 띤다. 물통의 배가 부풀 정도로 탄산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신경통과 위장병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20년 전부터 주변에 산장이 들어섰다.
삼봉약수가 들어있는 가칠봉의 계곡은 일명 명개리계곡으로 불린다. 밖에서 물이 흐르는 것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수림이 빽빽하다.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산림욕이 시작된다. 특히 낙엽송이 많다. 이제 막 틔운 잎새의 색깔이 곱다. 눈까지 시원해진다.
/권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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