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GM대우·기아 "경차 덩치싸움"/ 정부, 경차기준 1,000㏄급으로 확대 논쟁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GM대우·기아 "경차 덩치싸움"/ 정부, 경차기준 1,000㏄급으로 확대 논쟁

입력
2003.04.16 00:00
0 0

'아토스·마티즈·비스토 3파전'에 이은 '경차 대결 2라운드'가 경기 시작 전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기아차가 경차 '비스토'의 후속모델 'SA'(프로젝트명·1,000㏄급)를 올 연말 출시하고, GM대우차는 '마티즈' 후속모델 'M-200'(800㏄급)을 내년 하반기 내놓을 예정이다. 그런데 지난달 27일 정부가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경차보급 활성화를 위해 규격을 현행 '배기량 800㏄이하, 전폭 1.5m 이하'에서 '1,000㏄이하, 1.6m'로 확대키로 결정하자, 이를 놓고 양사 간에 찬반논란이 불 붙게 된 것이다.

1998년 시장점유율이 20.2%까지 치솟았다가 지난해에는 3.5%까지 떨어져 고사위기에 몰려있는 국내 경차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양사가 같은 입장이지만, 그 방법을 놓고는 한치도 양보 없는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규격확대는 기아 특혜?

GM대우의 사무직 직원들은 "막대한 돈을 투자한 M-200이 개발 완료 단계인데, 1,000㏄차에도 경차 혜택을 준다면 누가 800㏄차를 사겠느냐"며 "정부의 결정은 이미 800㏄ 경차 시장에서 완패한 경쟁사의 입장만 편들어 주는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반면 기아측은 "SA 개발은 고사 위기인 국내 경차 시장을 포기하더라도, 유럽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며 "경차 규격확대 시행시기와 관계없이, SA 출시 동시에 비스토 생산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GM대우가 800㏄를 고집하는 이유는 GM의 또 다른 계열사인 오펠이 이미 '아질라'나 '코르사' 같은 1,000㏄급 차를 유럽에서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유럽시장에서의 충돌을 피하기 위한 전략 때문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규격 확대해야 판매가 늘까?

기아측은 국내 경차판매가 급격히 축소한 가장 큰 이유가 경차 혜택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기 보다, 안전하고 편안한 차를 원하는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경차 혜택을 받지 못했던 '프라이드'가 91년 경차 등장 이후에도 꾸준히 팔렸던 실례가 있다는 것이다. 수출측면에서도 올 10월부터 강화되는 유럽의 측면 충돌시험을 만족시키려면 차문을 두껍게 할 수 밖에 없어 가뜩이나 비좁은 실내 공간을 더 축소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한국과 유럽연합(EU)간에 체결한 '이산화탄소 감축협약'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경차에도 디젤엔진을 장착해야 하는데, 현재 경차 규격으로는 부피가 큰 디젤엔진을 장착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반면 GM대우측은 99년 '1가구 2차량 중과세'폐지 이후 중과세 면제대상이던 경차의 판매가 급속히 줄어든 예를 들면서, 현재의 경차 판매감소는 '경차 혜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또 경차에 각종 혜택을 주는 이유가 에너지 절약과 교통난·주차난 해소 등에 있는데, 경차가 안 팔린다고 규격을 키워주는 것은 근본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또 수출 경쟁력과 관련해서도, 유럽의 경차시장의 시장점유율은 2001년의 경우 전폭 1.5m이상이 52만여대 1.5m이하가 49만여대로 비슷했다며 규격이 작아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적다고 반박한다.

관련단체 "경차기준을 연비로"

지난 11일 열렸던 한국자동차공학회 주최 '경차보급 활성화 워크숍' 참석자들은 경차보급 확대를 위해 정부가 경차 혜택을 과감히 늘려야 한다는 데는 한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기아·GM대우의 대립을 의식해서인지 막상 경차보급 활성화 정책의 중요사안인 규격확대 문제에 대해서는 명확한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자동차 10년 타기 시민운동연합 임기상 대표는 "경차규격 기준을 배기량이나 크기가 아니라 연비로 정하자"는 의견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임 대표는 "보급 활성화를 이유로 경차 규모를 무작정 키우면 결국 또 다른 소형차를 생산하는 것에 불과하며, 그렇다고 승차편의성과 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를 무작정 외면할 수도 없다"며 "연비와 배출가스 기준을 현행 경차 수준으로 제한하고, 배기량과 차체 크기는 차 회사가 자율 결정하도록 하면 양사의 대립을 해결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