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金泳鎭) 농림부장관이 15일 '본의 아니게' 한 입으로 두 말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민주당 의원 출신인 김 장관이 국회 농해수위 활동을 할 때는 주도적으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반대했으나 이날은 국회 비준을 전제로 대책을 설명해야 하는 입장이 된 것.회의에서 한 목소리로 FTA 체결을 비판하며 국회 비준 동의에 반대한 의원들도 김 장관의 '변심(變心)'을 물고 늘어져 김 장관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장관이 되더니 그 동안의 FTA 비준 반대 소신을 180도 뒤집어 농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는 게 의원들의 비판 요지. 김 장관의 친정인 민주당 고진부(高珍富) 의원 조차 "장관은 FTA 문제에 주도적으로 반대 입장을 견지했는데 이제는 농림해정의 수장으로서 어떤 기본원칙을 갖고 있느냐"고 물고 늘어져 김 장관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김 장관은 입장 변화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하지 않은 채 "FTA 국회 비준 동의와 연계해 '농업인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 입법을 추진하고 쌀 생산농가 소득보전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여야 의원들은 김 장관이 내놓은 대책은 거의 무시한 채 "FTA가 체결되면 농업 붕괴가 불을 보듯 뻔하다"(한나라당 주진우 의원) "FTA 국회비준을 WTO―DDA 협상 이후로 연기해야 한다"(한나라당 박재욱 의원)며 강경 목소리를 냈다. 국회 주변에선 벌써부터 "FTA 국회 비준 문제가 제2의 이라크 파병동의안 사태로 비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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