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에 맞서 반전대열의 선두에 섰던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사진)에게 시련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시라크 대통령은 프랑스 국민들의 반전 정서에 힘입어 지난달 말까지만 하더라도 75%의 국민 지지도를 기록, 프랑스 대통령중 역대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전쟁이 예상보다 빨리 미국의 압승으로 끝나자 좋은 시절도 끝나가는 모습이다.
무엇보다도 그의 인기가 급전직하하고 있고, 지지도도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8일 시사주간 파리 마치의 조사에서 지지도는 66%로 하락했다. 또 지난 주말 디 망시지의 조사에서는 프랑스 국민중 55%만이 프랑스가 이라크전에 군사적으로 개입하지 않은 것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좌파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왕관 없는 평화의 왕 시라크는 외교적 고립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냉소를 보내는 등 언론들의 비판도 줄을 잇고 있다. 시라크 정부는 "여론의 덧없는 부침일 뿐"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고 있지만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외교적으로도 험난한 앞길이 예상된다. 시라크 대통령은 종전을 목전에 두고 미국과 영국에 대한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고 있지만 미국은 전후 복구사업에서 피를 흘리지 않은 국가들의 '무임승차'에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다.
시라크 대통령의 주장대로 전후 이라크 복구작업이 유엔 주도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그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가 발견될 경우에는 반전 명분에도 커다란 타격을 입게 된다.
이와 함께 재정적자와 경기침체, 연금제 개혁 문제 등 이라크전 때문에 잊혀졌던 산적한 국내 문제들이 시라크 대통령을 본격적으로 괴롭힐 전망이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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