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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학급·일반교실 오가며… 장애아 "통합교육 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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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학급·일반교실 오가며… 장애아 "통합교육 신나요"

입력
2003.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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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월요일은 동화책 읽는 날이지? 동혁이가 책 한권 골라 올래?"진필자 선생님의 말에 5학년 동혁(이상 가명)이가 책 한 권을 뽑아 칠판에 비뚤비뚤한 글씨로 '울퉁불퉁 매끌매끌' 이라는 책 제목을 쓴다. 방망이로 마술을 부리고 싶어하는 꼬마도깨비의 이야기다. 선생님이 질문을 한다. "도깨비방망이가 마술을 부릴 때 어떤 소리를 낼까?" 대영이가 대뜸 "바람소리요!"라고 대답하자 정수가 어른스럽게 반박한다. "아냐, 펑! 소리가 나잖아." 옆에 앉은 윤재는 혼자 스케치북에 뭔가 열심히 쓰고 그린다.

서울 동구로초등학교 3학년 9반(특수학급)의 한 주는 이렇게 시작된다. 이 학교에는 1∼4학년 5명, 4∼6학년 10명으로 두 개의 특수학급이 있다. 주로 정신지체, 발달장애, 자폐 등의 장애를 지닌 아이들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취학 전 방치되어 있다 1학년 때 장애아로 판명되어 이 학급에 들어왔다.

원탁형의 책상에 아기자기한 교구들이 갖춰져 있다. 요리 실습을 위한 싱크대도 있고 화장실도 교실과 바로 연결되어 있다. 오전수업은 이곳에서, 오후수업은 각자 속한 일반 학급에서 이루어진다. 4학년의 경우 법정 수업시수가 주당 29시간인데 이곳에서 18시간, 일반학급에서 11시간을 수업한다. 현재 통합교육의 80∼90%는 이처럼 특수학급과 일반교실을 오가며 이루어진다.

이성애 교사는 "아직도 자기 아이가 장애아와 같은 반이 되는 것을 반대하는 부모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교사들도 장애아가 학급에 들어오는 것을 꺼리기도 한다. 때문에 전교조에서는 지난해부터 '장애아 담임 맡기 운동'도 펴고 있다. 지금은 자발적으로 오후시간에 음악, 미술 등 장애아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수업을 편성하는 교사도 있지만 아직도 부담스러워 하는 편이다.

그나마 아이들, 특히 나이 어린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마음이 열린 편이다. 1주일에 한 번씩 특수교사들이 일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식개선 수업을 한다. 여기에서 장애아를 도와주는 내용이 나오면 아이들도 대뜸 '나도 친구를 도와줘야겠다'고 말한다. '별칭짓기'를 통해 장애를 가진 친구의 장점을 파악해 기분 좋은 이름을 붙여주기도 한다. 밝고 명랑한 동혁이는 '싱글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하지만 교사들은 '통합교육'에 집착하는 일부 장애아 부모들 때문에 아이들의 장애가 더욱 깊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한다. 물론 보통 아이들과 함께 교육을 받게 하려는 부모 마음은 이해하지만 "공부는 나중에 과외로 하면 되니 제발 특수학급이 아닌 일반학급에 넣어달라"는 식의 태도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특수학급에서는 장애 정도에 따른 개별교육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회성이나 생활태도가 한결 좋아진다. 하지만 일반 학급에서는 아무래도 교과과정을 따라가지 못해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기 마련이다.

특수학급은 특수교육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지만 여전히 홀대받고 있다. 지난해 충북, 전북 지방의 일부 학교에서는 예산부족을 이유로 특수학급을 폐지했다. 동구로초교도 2001년 감사원의 지적을 받은 후 그나마 지금의 시설을 갖추게 되었다. 이성애교사는 "일본에는 특수교육에 의사나 물리치료사 등도 참여하는데 우리나라는 특수교사에게 모든 짐을 지운다"며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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