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또 자신의 손으로 만든 법을 지키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법은 국회는 선거구 획정위를 구성하고, 획정위는 다음 총선일 1년 전에 획정안을 마련해 국회의장에게 제출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획정안은커녕, 획정위조차 구성되지 않았다. 17대 총선(내년 4월 15일)이 1년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국회가 자신의 중요한 직무를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이다.민주노동당은 이러한 국회에 대해 박관용 의장과 여야 총무를 직무유기로 서울지검에 고발했다. 국회가 법을 지키지 않아 망신당한 게 한두 번이 아니지만 자신을 구성하는 '게임의 룰'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데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게다가 헌법재판소는 2001년 10월 하한 9만, 상한 35만명의 현행 선거구 인구편차(3.88대 1)에 대해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헌법 불합치 판결은 법의 즉각적 무효에 따른 사회적·경제적 혼란을 막기 위해 유예기간을 두는 것으로 사실상의 위헌 결정이다. 헌재는 3대 1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2003년 말까지 선거구를 재조정하라고 판결했다.
국회는 16대 총선 때에도 선거를 불과 2달여 앞두고 선거구를 겨우 획정한 전과가 있다. 이때도 국회는 선거구를 스스로 획정하지 못했다. 비난여론이 빗발치자 외부인사로 특별 구성된 획정위가 지역구 26곳을 줄여 버렸다.
선거구 획정은 선거구를 소선거구로 할지, 아니면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해야 할지 등 모든 사안에서 정파간 또는 의원 개개인간 이해가 충돌하는 지난한 작업이다. 지금부터 시작해도 늦을 터인데 아직 시작도 하지 않고 있으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 국회는 법을 지키지 않은 것을 공식 사과하고 지금이라도 절차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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