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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행당동 "책읽는 엄마 책읽는 아이" 20일 개최/동네 어린이도서관 "책이랑 놀자" 봄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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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행당동 "책읽는 엄마 책읽는 아이" 20일 개최/동네 어린이도서관 "책이랑 놀자" 봄잔치

입력
2003.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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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탕탕 중얼중얼 뒤굴데굴. 무슨 도서관이 이렇지? 세발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 꼬맹이가 있질 않나, 엄마가 잠깐 한눈 판 사이에 다른 친구와 싸워 울음보를 터뜨리는 녀석이 없나, 책꽂이의 책을 뽑아 던지는 장난을 치다가 혼나는 아이까지 그야말로 제멋대로다. 엄마 품에 안겨서 그림책을 보던 귀여운 꼬마는 바로 옆에서 벌어지는 소란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눈을 반짝이며 끝없이 질문을 해댄다. 어린이도서관 '책 읽는 엄마 책 읽는 아이'(서울 성동구 행당동·관장 김소희)에서 늘 벌어지는 풍경이다.도로 건너편으로 아파트단지가 보이는 상가 건물의 1, 2층 각 33평 공간에 들어선 이 도서관에서는 '쉿! 조용히'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 바닥엔 온돌 패널을 깔고 노란 장판을 덮었다. 아이들은 앉거나 누워서 책을 본다. 앉은뱅이 탁자와 난쟁이 책걸상,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낮게 짠 노란 책꽂이가 앙증맞다. 벽에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아이들이 쓴 독서노트가 쪼르르 걸려있다. 2층에는 예닐곱 명이 들어갈 수 있는 작은 방이 세 개 있어 그 안에서 동화 구연, 만화 그리기, 신문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이 도서관이 문을 연 것은 2001년 3월. 시민단체에서 활동해 본 김소희(36)씨를 중심으로 5,6명의 엄마들이 뜻을 모으고 후원자들의 도움을 받아 마련했다. 그 동안 책이 5,000여 권으로 불어났고, 회원은 400 가족이 됐다. 일요일을 빼고 매일 60여 명이 이곳을 찾는다. 대부분 이웃 주민들이다. 이 도서관 덕분에 아이들뿐 아니라 엄마들도 친구가 됐다. 주 1회 여기서 만나 어린이책을 공부하고 아이 키우는 이야기를 나누는 엄마들 모임도 있다.

요즘 김 관장과 회원 엄마들은 행사 준비에 바쁘다. 20일 오후 2시부터 성동구민회관 강당과 마당에서 '나랑 같이 놀자'라는 제목으로 책 잔치를 벌인다. 아이들에게 보여줄 인형극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 인형극', 영상동화 '여우 누이'를 연습 중이다. 인형극에 쓸 커다란 헝겊 인형도 직접 바느질해서 만들고 있다. 잔칫날 아이들은 학예회를 열고, 아빠들은 종이상자로 만든 놀잇감을 내놓고, 엄마들은 과자와 떡꼬치 등 먹을 거리를 차리고 바자회도 연다. 동요를 만들어온 가수 백창우, 동화작가 송언, 386 엄마들의 노래패 '아줌마', 어린이책 그림작가 이태수 등 손님도 초청해서 함께 논다.

네 살 배기 상훈이의 엄마 김해선(31)씨는 "상훈이가 하도 시끄럽게 굴어서 데려오기가 미안했는데, 자주 오다 보니 책을 거들떠보지도 않던 애가 이젠 밤마다 책을 읽어줘야 잠을 잘 만큼 책을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사설 어린이도서관이 서울 10여 개를 비롯해 전국에 20여 개 있다. 김 관장은 "엄마와 아이들이 걸어다닐 만한 거리에 동네마다 작은 어린이도서관이 많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한다. 이곳에서 마음껏 책을 보며 노는 아이들을 보면 그런 생각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문의 (02)2297―5935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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