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 회생방안의 하나로 추진 중인 카드사 증자에 대주주 계열사가 참여하는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14일 금융계에 따르면 참여연대는 최근 삼성전자 측에 삼성카드의 증자에 참여하지 말고 카드사업에서 아예 철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공문을 전달했다. 삼성카드의 대주주인 삼성전자(지분율 56.6%)는 3월 말 상반기 중 2,000억원의 삼성카드 증자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아직 구체적인 참여범위는 확정하지 않은 상태이다.
박근용 참여연대 경제개혁팀장은 "삼성카드의 영업 의사결정에 삼성전자가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으므로 무턱대고 손실을 떠안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증자참여 등으로 삼성전자가 손실을 입게 되면 이는 결국 소액주주에게 피해"라고 주장했다.
박 팀장은 그러나 "참여연대가 삼성전자의 증자 참여를 반대하는 것은 삼성전자 소액주주 를 보호하려는 차원의 일"이라며 "현대차(현대카드), 국민은행(국민카드) 등 다른 카드사 증자에 대주주들이 참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도 삼성전자, 삼성전기 등이 대주주로서 삼성카드 증자에 참여, 유동성 지원에 나설 경우 입게 될 부정적 영향 자체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다.
현대증권은 삼성전자가 증자에 참여할 경우 현금 창출 능력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우려했고, 동양종금증권은 삼성카드 증자참여를 가정할 경우 삼성전자의 올해 순이익을 기존 6조7,700억원에서 6조2,600억원으로 8% 하향 조정했다. LG투자증권도 증자 참여시 삼성전자가 최대 1,258억원을 부담해야 하므로 현금유출 측면에서 삼성전자에 부정적인 것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대주주 계열사들의 카드사 증자참여는 금융시장 전체의 회생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의견도 많다. 카드사의 부실을 방치할 경우 지분을 갖고 있는 대주주 계열사에 향후 더 큰 피해가 돌아갈 뿐만 아니라, 전체 금융계와 국민경제도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증권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카드사에 대한 유동성 지원으로 대주주 계열사들이 손해를 볼지 모르지만 이를 계기로 카드사들이 위기에서 벗어나 흑자전환에 성공하면 중장기적으로 바람직한 결정"이라며 "대주주 계열사들의 증자참여는 그 동안 대주주로서 카드사의 부실경영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데 대한 벌칙 성격도 있다"고 말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도 "계열사들의 증자 참여 반대는 '주주 이익'을 지나치게 협소하고 단기적으로 규정한 데 따른 것"이라며 "몇 천억원의 증자 참여를 통해 카드사와 전체 금융시장을 지키는 것이 전체 주주 권익을 보호하는 데 훨씬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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