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건용 산업은행 총재가 12일자로 정부에 사표를 제출했다고 재정경제부가 14일 밝혔다. 정 총재 후임에는 전북 장수 출신인 유지창 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정 총재의 사의 표명은 국책은행장과 공기업 사장 인사를 앞두고 이뤄진 것이어서 앞으로 다른 금융기관장에 대한 대폭적인 물갈이 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임기를 1년 앞둔 정 총재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중도 하차냐 유임이냐를 놓고 한 달여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정 총재가 정부의 직·간접적인 압력을 받고 중도 하차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 금융기관장 인사를 둘러싼 관치 논란도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정 총재는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의 불협화음설 등으로 그동안 줄곧 교체 가능성이 점쳐져 왔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호남 역차별론이 확산되면서 정 총재 후임으로 호남 출신인 유지창 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이 내정단계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관가와 금융계에서는 국책은행장 중 수장격인 산은 총재가 사표를 제출함에 따라 이영회 수출입은행장과 김종창 기업은행장은 물론 공적자금 투입은행장들의 거취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행장은 7월말로 5년 임기가 끝나는 신명호 아시아개발은행(ADB) 부총재 후임으로 가거나 다른 시중은행장으로 옮기도록 한 뒤 그 자리를 관료출신으로 채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장 가운데는 정부 지분이 남아있는 국민, 우리, 조흥, 외환은행의 행장이 모두 교체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시중에서는 벌써부터 정기홍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과 신동규 전 재경부 기획관리실장 등이 후임 은행장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외국인 주주나 노조의 반발, '낙하산 시비' 등에 부딪쳐 쉽게 교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밖에도 이인원 예금보험공사 사장, 연원영 자산관리공사 사장, 배영식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박봉수 기술신용보증기금 이사장 등이 모두 물갈이 대상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나 최근 김 부총리가 "앞으로 경쟁을 배제한 채 위에서 내리 누르는 식의 낙하산 인사는 없다"고 밝힌 바 있고 시중 은행들은 이미 지난달 정기 주총을 마쳤기 때문에 금융기관장 물갈이 인사는 의외로 소폭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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