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窓]국제법 위의 부시대통령?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窓]국제법 위의 부시대통령?

입력
2003.04.15 00:00
0 0

어릴 때 동네에서 공부도 잘하고 힘도 잘 쓰던 형이 있었다. 그 형이 기분이 좋지 않을 땐 그저 마주치지 않는 게 상책이다. 불운하게도 만나게 되면 그는 대뜸 나를 윽박질렀다."너 요새 본드 가지고 다니면서 나쁜 짓 하지?" "아니오" 그러면 그는 "나쁜 놈이 자기가 나쁘다고 하는 것 봤어?" 하며 주먹을 휘두른다. 당연히 나는 마구 맞는다. 만약 내가 머리를 써서 "맞아요" 하고 자백하면 "역시 넌 나쁜 놈이니까 좀 맞아야 돼" 하는 대답이 돌아온다. 난 역시 맞는 거다. 그는 이렇게 한참 때린 다음 "너 본드 가지고 있지?"하며 내 주머니를 뒤진다. 본드 대신 용돈이 나오면 그 형은 "철없는 애가 본드 사면 안돼" 하면서 돈을 가져간다.

그런데도 그 형은 항상 동네 어른들에게는 '동네 아이들이 잘못될까 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모범생'으로 비쳐졌다. 여기에 반해 우리는 졸지에 얻어맞고 돈 털린 것까지 억울한데 더 나아가 "본드나 하는 나쁜 아이"가 됐다. 난 억울했다.

그러나 원래 '내가 받으면 투자, 남이 받으면 뇌물'이듯이, 사람마다 같은 사실을 보는 눈길이 사뭇 다르다는 것을 커가면서 알게 됐다. 그래서 국제사회에 법이란 게 필요한 것이다. 또한 유엔(UN)이나 국제무역기구(WTO)와 같은 국제기구는 두 나라 사이에 있는 어떤 문제든지 스스로 해결하지 말고 국제기구를 통해서 일정한 절차를 밟아서 하자고 미국이 만든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미국이 스스로 만든 그런 많은 국제법들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전쟁을 시작해서 멋지게 승리하는 것을 보면, 역시 부시 대통령 같은 영웅은 세상보는 눈이 우리와는 다른가 보다. 그래서인지 요새는 스케일이 큰 부시 대통령에 비하면 내가 하는 일은 너무 작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에서 법을 가르치는 나는 매일 법조문을 분석하고 자잘한 형식적인 절차에 연연한다. 이런 것 말고도 우리는 과속이나 불법주차 같은 경미한 위반에도 죄의식을 느낀다. 그러나 영웅은 다른 모양이다. 부시 대통령이 법 따위에 별로 신경쓰지 않고 대범한 결정을 척척 하는 것을 보면 그가 소싯적에 법학대신 경영학을 한 탓인 것 같아 요즘 나는 내 아이가 나중에 경영학과를 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다소 엉뚱한 생각까지 하고 있다.

김 형 진 국제법률경영대학원대학교(TLBU) 교수 미국변호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