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복표 사업자 선정 등 각종 이권 사업에 개입,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수감중인 최규선(43)씨가 김동신 전 국방장관을 통해 각종 이권을 알선해주겠다며 건설사 대표로부터 로비자금 5,000만원을 챙긴 정황이 드러났다.이 같은 사실은 최씨가 검찰 소환 당일인 지난해 4월16일 D건설사 P(60) 회장과 통화한 내용을 녹음한 녹취록과 주변 취재를 통해 드러났다. 한국일보는 최씨가 검찰 소환을 불과 2시간 앞둔 시점에서 P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대화 내용을 녹음한 뒤 측근을 시켜 녹취해 보관토록한 녹취록을 14일 단독입수했다. 녹취록에는 최씨가 P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아들이 (검찰에서) 김 전 장관과 토목공사를 거론하며 (나에게) 5,000만원을 줬다는 식으로 말을 했는가"를 따지는 내용이 담겨 있다.
녹취록에 따르면 최씨가 "토목공사 해 준다고 그러고 김동신 장관한테 준다고 5,000만원을 가져갔다는 겁니까, 뭡니까? 그 말을"이라고 캐묻자 P회장은 "그 5,000만원은 전체 거마비야, 거마비"라고 답변했다. 최씨는 또 "전체 거마비죠?"라고 재확인 뒤 "그런데 갑자기 무슨 토목공사 해 준다고 5,000만원"이라고 캐묻고 있다.
이어 "나는 김동신 장관 만났다는 말은 했지만 토목공사 해준다(따주겠다)는 말은 해본적이 없지 않습니까?"라며 돈이 전달된 용도를 따지자 P회장은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거는 전체 거마비라니까"라고 토목공사의 대가가 아니라 거마비로 전달했음을 시인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씨와 김희완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P회장 부자는 지난 해 4월 초 서울시내 모 호텔에서 대책회의를 갖고, 입맞추기를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P회장 아들은 "최씨가 대책회의에서 '5,000만원의 용도는 대가성이 없는 용돈'이라고 검찰에서 거짓진술을 하라고 강요했었다"면서 "지난해 4월14,15일 검찰에 출두해 '최씨가 김 전 장관에게 부탁해 군납 공사를 얻어주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진술한 것을 최씨가 약속을 깨뜨린 것으로 오해하고, 이를 아버지에게 전화상으로 따졌던 내용 같다"고 해명했다.
최씨는 당시 차세대 전투기사업(FX)과 관련, 보잉사의 로비스트로 활동했다는 의혹과 함께 김 전 장관의 취임 전후 직접 만나 식사를 하는 등 둘 사이에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5,000만원 중 일부가 김 전 장관에게 전달됐다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 파장이 상당할 전망이다.
실제로 최씨는 2001년 말 P회장 부자와 만나 "국방부 발주 공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제의를 하면서 김 전 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P회장 아들은 "김 전 장관은 단 한차례도 만난 적이 없다"고 말했으며, 현재 랜드연구소 연구원으로 미국에 체류 중인 김 전 장관도 "P회장을 알지 못하며, 돈도 받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당시 검찰 수사팀은 "김 전 장관과 관련해 돈이 오간 내용이 담긴 최씨 녹취록은 금시초문"이라며 관련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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