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다자대화 수용 시사를 계기로 핵 문제 해결을 향한 정부의 발걸음에 탄력이 붙고있다. 물론 외교부 등 관련 당국자들은 14일 "조금 더 봐야 한다"며 섣부른 낙관을 경계했다. 그러나 한결같이 "어떻게 해서든 이 분위기를 살려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비장하게 말했다. 그 만큼 북한의 이번 태도변화는 사태의 진일보를 의미, 대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다자대화 수용 외에) 좀 더 진척된 내용도 있다"고 밝혀 정부가 비공식 채널을 통해 북한의 의중을 추가 확인했을 가능성을 내비쳤다.정부의 우선적 정책목표는 한미일 3국 공조를 토대로 조속히 북미간 뉴욕채널을 재가동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본격적인 대화를 위해선 무엇보다 핵 문제의 실질적 당사국인 북미 양국이 직접 만나 의중을 확인하고 다자대화의 틀, 대화방식 등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윤영관 외교장관은 이날 토머스 허바드 주한 미국대사를 불러 우리측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정세현 통일장관은 "남북한과 주변 4개국이 적절할 것으로 생각중"이라고 밝혀 6자 회담 추진 방침을 밝혔다.
정부는 그러나 북미간의 입장차가 여전히 큰 만큼 앞으로 대화착수 과정에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선(先)체제보장과 미국의 핵포기 요구가 다시 맞설 수 있다"면서 "일단 대화를 시작하기 위한 분위기 조성에 진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특히 중국 러시아 등이 북한으로 하여금 12일의 외무성 회견 내용 이상으로 진전된 조치를 내놓도록 영향력을 행사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외교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북한의 태도 변화는 아직 암시일 뿐"이라면서 "북한이 말로 끝내지 않고 다음 행동을 취해야 실질적인 대화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를 기초로 5월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 이전에 핵 문제 해결을 전제로 한 대북 체제보장 및 경제지원 방안을 마련,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공개적으로 밝히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단계에 이르면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핵 문제 로드맵은 일단 마무리된다. 노 대통령은 이어 일본 중국 러시아 등 관련국을 연쇄 방문, 다자대화의 틀을 공고히 다질 계획이다.
외교부의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핵 재처리시설 가동 등을 하지 않은 채 현상동결을 하면 주변국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북한의 태도 변화에 따른 '당근'이 제시될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