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퇴임한 전 서울대 교수들이 사회 곳곳에서 제2의 인생을 개척하고 있다.지난 해 2월 퇴임한 전 서울대 치대 이종흔(67) 교수는 올해 1월 자연보호중앙협의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최근 학술조사 및 자연보호 교육, 캠페인 등의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이 단체에서 이 회장이 계획하고 있는 일은 일선 학교에서 자연보호 프로그램인 '에코 스쿨'을 운영할 수 있도록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 이 회장은 "남은 시간을 사회봉사에 바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퇴임한 이돈희(65) 전 교육학과 교수는 열린교육협회 이사장직을 맡아 열린 교육운동을 펼치는 교사들을 돕는 활동에 나서고 있고, 오랜 동안 '창작과 비평' 주간으로 재직해 온 백낙청(65) 전 영문학과 교수는 퇴임과 함께 시민의 방송 이사장직을 맡아 방송에 대한 일반시민과 시민단체의 참여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올해 대학 일선에서 물러난 심재기(65) 전 국문학과 교수는 최근 부인 이인복 숙명여대 명예교수와 함께 현도사회복지대학에서 사회복지학 과정을 이수한 뒤 종합복지센터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이제는 대안 교육
'성숙한 사회를 가꾸는 모임'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경동(67) 전 사회학과 교수는 2월부터 격주로 일선 초·중·고교를 찾고 있다.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시민의 윤리'를 주제로 수업을 하고 있다는 김 교수는 "대학에서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쳐 왔지만 인성의 기초가 되는 '어렸을 때의 윤리 교육'이 늘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다"며 "어린 학생들을 만나니 새로운 교육자의 인생이 시작되는 것 같아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서울대 부총장을 지냈던 이현구(61) 전 수학과 교수는 자립형 사립고인 상산고 교장직을 맡고 있다. 2001년부터 자비를 털어 사당동에서 무료 서당 '청파 서실'을 운영해 온 민병수(65) 전 국문학과 교수 역시 대안교육의 선구자. 장회익(65) 전 물리학과 교수는 현재 녹색대학 총장직을 맡았고, 노융희(76) 전 환경대학원 교수가 석좌교수로 장 총장을 돕고 있다.
제2의 연구인생
학교는 떠났지만 개인 연구실에서 후학들과 함께 연구를 계속하거나 자신의 기존 연구성과를 발전시켜 나가는 교수들도 있다.
올 2월 퇴임한 김진균(66) 전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 경기도 과천에 개인 연구실을 내고 서관모 충북대 교수 등 후배들과 함께 필생의 작업인 지식인운동사 집필에 열심이다. 지난 겨울 잠시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던 안병직(66) 전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일본 후쿠이대 대학원 특임교수로 한국근대노동력의 형성과정 등을 연구중이다.
지난 해 말 한국표준어발음사전을 펴낸 이현복(66) 전 언어학과 교수는 올 여름 노길룡 북한 혜산 사범대 조선어과 교수와 연구성과를 10여년간 정리해 발음과 어휘, 맞춤법 등을 중심으로 '남북한언어 대조 연구'를 펴낼 계획이다.
백충현 서울대 대학원장은 "정력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퇴임 교수들이 많고 이 분들이 사회의 원로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많다"며 "장기적으로는 훌륭한 인적 자원인 이들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사회 봉사 및 외부 강연 등의 활동을 체계적으로 조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은형기자 voi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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