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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포커스 / 크레스트, SK(주)지분 14.99%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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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포커스 / 크레스트, SK(주)지분 14.99%확보

입력
2003.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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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적 인수합병(M&A) 위기에 내몰렸던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주)는 일단 한숨을 돌린 반면 그룹의 최대 알짜회사 SK텔레콤이 경영권 위기에 몰리는 등 SK(주) 매집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14일 정보통신부와 SK그룹 등에 따르면 이미 지분 14.99%를 확보한 영국계 크레스트증권이 SK(주) 지분을 15%로 끌어올릴 경우 SK(주)가 전기통신사업법상 외국인으로 분류돼 이 회사가 가지고 있는 SK텔레콤 지분(20.85%)에 대한 의결권이 절반 아래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위협받는 SK텔레콤 경영권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3조에 따르면, 외국인 대주주가 15% 이상의 지분을 소유한 국내 법인은 외국인으로 취급되어 이 회사가 기간통신사업자에 투자한 지분은 외국인지분으로 분류된다. 또 전기통신사업법 7조는 외국인은 국내 기간통신사업자의 지분을 49%이상 취득할 수 없고, 이를 초과한 외국인 지분은 의결권을 인정치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국가의 통신 인프라를 책임지고 있는 기간통신사업자를 외국인의 적대적 인수합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조치지만, 이번에는 되레 SK텔레콤의 경영권을 위기에 빠뜨릴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소버린 자산운용의 자회사인 크레스트증권의 SK(주)에 대한 공격적인 지분매입이 계속되어 1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는 경우다. 이때는 현재 SK텔레콤 주식의 20.85%를 보유한 지배주주인 SK(주)는 졸지에 전기통신사업법상 '외국인 기업'이 된다. 그러면 이미 40.1%에 이르는 SK텔레콤의 외국인 지분율은 SK(주)의 지분 20.85%을 더해 60.95%로 높아지게 되고, 외국인의 '49%이상 지분 참여금지'규정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49%에서 초과된 12%에 해당되는 SK(주)의 의결권이 무용지물이 되면서 SK(주)의 실질적인 SK텔레콤 지분율은 8%대로 추락하는 것이다.

업계는 이 같은 일이 현실화할 경우 SK텔레콤에 대한 SK그룹의 지배력이 현저히 약화하면서 SK텔레콤의 경영권이 제3자에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버린자산운용이 난마처럼 얽혀 있는 관련 법의 맹점과 국민의 반재벌정서 등을 교묘하게 활용해 SK를 공략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SK 지배구조 개혁 선언한 소버린

소버린은 이날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발표, "소버린은 기존 주주 및 경영진과 관계없는 장기투자자"라며 "SK를 한국 기업지배구조의 모델기업으로 변모 시키겠다"며 SK 지배구조 개혁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했다.

한국 기업에 투자한 다른 외국인 대주주도 회사운영 등에 대해 경영진에게 쓴소리를 하고 있지만 소버린처럼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최태원 SK(주) 회장을 정점으로 한 지배구조를 개혁하겠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소버린의 이날 발표를 액면 그대로 존중할 경우 크레스트의 SK(주) 지분매입 목적은 증권업계와 재계 등에서 제기됐던 적대적 M&A나 매입한 주식을 SK에 비싸게 되파는 그린메일 쪽이라기보다는 대주주로서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해 투자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소버린은 SK(주) 이사진에 자사 인사를 투입해 경영에 참여하는 한편 수익창출을 위해 사업계획 재조정과 인력 감축, 복잡한 지분 구조 단순화, 계열사간 투명거래 등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선 자본금이 198억원에 불과한 크레스트가 자본금보다 7배나 많은 1,400억원을 동원, 기습적으로 SK(주) 주식을 대량 매집한 것으로 보아 SK를 탐내는 외국계 '큰손'이 배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SK 관계자는 이에 대해 "(소버린측의 요구는) 회사의 장기적 발전을 위한 이해관계가 기본적으로 같다" 며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 기본적인 입장에 관해서는 대주주의 요구를 수용할 것" 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기업의 가치 제고 등 발전적 방향을 넘어서 경영권을 위협한다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적극 대처할 것"이라며 "SK텔레콤에 대한 소버린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경철기자 kckim@hk.co.kr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 소버린은 어떤회사

소버린자산운용(Sovereign Asset Management Limited)은 모나코 국적의 자산운용 회사로 주로 유럽의 '큰손'과 각종 기금에서 펀드를 모집해 브라질, 체코, 러시아 등 신흥시장에 투자해왔다. 운용 자산규모는 30억∼100억달러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소버린은 14일 밝힌 공식 소개자료에서 "헤지펀드가 아니며, 레버리지(Leverage)를 사용하지 않고 주식의 단기매매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며 투기적 자본이라는 평가를 부인하고 "평균적 투자기간은 4년이 넘는다"고 밝혔다.

한국에는 SK(주) 외에 국민은행에도 합병을 전후해 지분 3% 가량을 투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SK(주) 1대주주가 된 크레스트시큐러티즈는 소버린이 100% 투자해 영국령 서인도제도의 조세회피지역인 버진아일랜드에 세운 페이퍼컴퍼니이다.

/장인철기자 ic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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