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예산처가 14일 공무원의 업무추진비 중 판공비만 별도로 분리·관리하기로 한 것은 간부급 공무원 개개인이 '접대성 경비'로 얼마나 사용하는지를 명확히 하기 위한 것으로, 최근 청와대가 3급 이상 고위 공무원의 판공비를 공개하기로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판공비와 관련, 가장 큰 문제는 액면 그대로의 접대비가 예산내 여러 항목에 흩어져 있어, 고위 공무원 개개인의 판공비가 도대체 얼마인지는 추정만 가능할 뿐 실상을 알 수가 없다는 것. 최근 유인태 청와대 정무수석이 국 단위에서 각종 용도로 쓸 수 있는 예산규모를 가지고, "국장급 간부의 판공비가 월 1,000만원에 달한다"고 말해 공직사회의 반발을 산 것도 이때문이다.
판공비는 통상 접대비를 의미하지만 정부 예산에는 판공비라는 항목이 별도로 없고 각 부처의 국 단위로 1년치를 책정해주는 업무추진비에 포함돼 있다. 업무추진비는 일반업무비·특정업무비·직급보조비·정원가산금 등으로 나눠져 있는데, 이중 해외 경제계 인사 초청비 등 사업성 경비인 일반업무비와 특정업무비내의 관서운영비, 부서인원에 따라 지급되는 정원가산금 중 상당 액수가 접대성 경비로 이용되고 있다.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업무추진비는 올해 1조3,000억원. 예산처는 이중 관서운영비·정원가산금 1,100억원이 판공비로 쓰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일반업무비(1,000억원)나 기타 특정업무비내 다른 항목 중 일부도 판공비로 사용될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경제부처 국장급 관계자는 "특정업무비의 회의비 등 다른 항목도 판공비처럼 사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경제부처 총무과장을 지낸 고위 인사는 "부처에 따라, 또 같은 부처에서도 부서에 따라 국장급 판공비 수준이 다르다"며 "한달 평균 국별로 국장·과장 등이 같이 쓸 수 있는 판공비가 적게는 50만원, 많게는 300만원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사용 용도가 불투명하다는 것. 통상 고위 공직자들의 판공비는 국회의원과 업무상 협의를 해야 하는 '힘 센' 부처 관계자들을 접대할 때나 경조사비로 주로 사용된다. 그러나 개인적 용도로도 상당부분 전용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공무원 판공비 내역을 공개하더라도 세부 사용내역까지 구체화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맣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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