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이라크 나시리야에서 열리는 과도정부 구성을 위한 반(反) 후세인 세력 회의는 사담 후세인 이후 정치적 혼란을 알리는 서막이 될 듯 하다.외신들은 해외 반정부 세력과 국내 종교·민족·부족 지도자 대부분이 참가하는 이 회의가 공통의 의견을 취합하기보다는 차이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회의의 초점은 미 국방부 등의 지원을 받으면서 유력한 과도정부 수반 후보로 떠오르는 찰라비 이라크 국민회의 의장 등 친미 세력이 타 정파·종파로부터 어느 정도의 도전을 받느냐 여부이다. 미 군정이 실시되면 내란이 발발할 것이라고 경고한 알 하킴 이슬람혁명최고평의회(SCIRI) 의장 등 반미, 친이란 세력이 국내 세력과의 세 규합에 성공할지도 주목된다.
최근 대미 협력을 촉구해온 친 서방 시아파 지도자 압둘 마지드 알 코에이가 괴한의 칼에 찔려 사망한 것도 친미, 반미라는 두 대립각이 과도정부 수립의 결정적 변수임을 시사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분석도 대단히 중층적인 이라크 정치·종교 지형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좁은 앵글이라고 진단하면서 불확실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라크는 종교적으로는 수니파와 시아파로, 민족적으로는 아랍민족과 쿠르드족으로 각각 분열된 상태이며, 지역적으로는 150여 개 부족이 나자프 카르발라 등지에서 지역 패권을 다투고 있다. 국내 기반이 미약한 친미 해외파가 제 세력들로부터 고른 지지를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BBC방송은 "미국이 과거 아프간 과도정부 수립 시 모든 정파들이 하미드 카르자이를 수반으로 추대했던 독일 본 회의를 선례로 참고하고 있지만 이라크에서는 '카르자이'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을 듯하다"고 예상했다.
결국 미국은 최소한의 요식절차를 거친 뒤 친미세력을 과도정부 지도층으로 임명하고, 반미 세력들을 배척하거나 일부 포섭하는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을 듯 하다. 미국은 이번과 같은 회의를 지방도시에서 몇 차례 더 개최한 뒤 최종적으로 바그다드 회의를 통해 과도정부의 윤곽을 결정할 계획이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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