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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영박사에게 상담하세요]시어머니 물질적 도움주며 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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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영박사에게 상담하세요]시어머니 물질적 도움주며 간섭…

입력
2003.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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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리맨 남편 월급으로 빠듯이 생활하는 30대 주부입니다. 시댁은 부유해, 시어머님이 저보다 더 쇼핑도 자주 하시고 운동과 취미활동도 하시면서 여유 있게 사십니다. 최근에는 저는 감히 꿈도 못 꾸는 명품 핸드백을 샀다고 자랑을 하시더군요. 물론 저희 아이 장난감도 사주시고 외식을 시켜주는 등 인심도 쓰십니다. 그런데 이런 물질적 도움을 내세워 저희 생활에 간섭이 심하십니다. 아이 학원 보내기나 살림살이까지 간섭하시니 따로 살면서도 시집살이하는 기분입니다. 어떻게 하면 시어머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제 뜻대로 할 수 있을까요. (서울 송파동 문씨)

따로는 살지만 시집살이 하는 것과 비슷한 마음고생을 한다는 댁의 사정을 듣고 나도 모르게 묘한 미소가 나오네요. 댁과 시어머님 두 분 다 똑똑하신 분들인데, 불행하게도 여성으로서 누가 더 유능한지 경쟁하면서 서로를 선망하고 상대방을 약 올리고 있군요.

댁은 다른 많은 며느리들이 부러워하는 처지에 있습니다. 시부모 생활비 걱정 않고, 따로나와 기지개 펴고 살며, 노약한 시부모 병구완 고생이 없으니 그렇습니다. 젊어 그런 고생을 하셨을 시어머니는 은근히 댁의 지금 인생을 부러워하시고 동시에 댁이 그 점에서 고마워할 것을 기대하시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젊어서 시어른들로부터 별로 받아보지 못했던 손자사랑을 베풀면서 좋은 할머니 노릇을 마음껏 하고 계시군요. 댁이 좀 못나 그런 시어머님께 굴복하면 좋을 터인데, 댁은 그렇지 않아요.

그래서 시어머님은 댁을 어려워해서 댁의 약점을 찾아 살림살이와 아이 양육에서 댁을 찔러보고 있어요. 사랑하던 아들을 댁에 빼앗긴 섭섭함도 있어 자식의 빠듯한 살림을 목돈으로 도와주지 않고 찔끔찔끔 잔돈만 푸시고 있어요. 그리고 댁의 젊음을 선망하면서도 쇼핑으로 댁의 약을 올리십니다.

댁 역시 시어머님 약을 올리고 있습니다. 당차고 알뜰하게 살림을 잘 하고 있는 댁은 그 분에게 존경과 감사표시를 덜 하고 있으며, 그 분의 조언을 지배와 간섭으로 여기고 있군요. 또 그 분의 돈에는 젊음과 교양으로 대항하지만 그래도 명품구입능력은 선망하고 있네요.

시어머님께 좀 져 드리세요. 그래야 남편도 아이도 편합니다. 시간이 가면 최후 승자는 결국 나이 젊은 댁일 것입니다. 시부모가 실컷 쓰시다가 남은 재산이 어디로 오겠습니까? 그 분 세대는 돈을 잘 쓸 줄도 모르십니다.

/서울대 의대 신경정신과 명예교수 dycho@dych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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