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박물관에 데려 가기 위해서는 늘 '당근'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관람을 끝내고 햄버거를 사주겠다든가. 하나라도 보고 배우게 하고 싶은 엄마들의 심정과는 달리 아이들은 박물관의 어둡침침한 분위기, 북적대는 사람들, 무언가 적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좀체 유리진열장에 집중을 하지 못하는 듯 하다.그러나 요즘 생긴 박물관들을 살펴보면 이색 전시물로 호기심을 끌거나 기존 박물관도 체험프로그램들을 적절히 가미해 흥미를 더해주는 곳이 적지 않다.
우선 예술의 전당 옆에 위치한 국립국악원의 국악박물관은 널찍한 마당에 자리를 깔고 북이며 꽹과리, 징 등 사물놀이를 자유롭게 할 수 있게 해놓아 아이들이 마음껏 자신만의 소리를 내게 했던 점이 맘에 들었다. 또 안에 전시한 악기들도 연주소리를 들어볼 수 있도록 했고 한편에 마련된 각국의 악기들도 흥미를 주었다. 토요일이면 상설 국악 마당이 있어서 박물관도 둘러보고 연주도 들을 수 있어 일석이조의 나들이가 될 수 있다.
'일산의 그때를 아십니까?'라는 박물관도 추천할 만 하다. 1층은 차를 마실 수 있는 카페이고 2, 3층과 지하가 전시공간으로 이루어진 이곳은 지나간 추억의 물건들이 잘 보관돼 있어 아이들에게 엄마의 어린시절을 들려주며 자연스레 시간여행을 해볼 수 있다. 그리고 겨울쯤에 방문했던 이대 자연사 박물관의 경우는 대학교 안에 위치해있다는 점이 우선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이었던 것 같다.
박물관에 갈 때면 만나게 되는 낯익은 풍경중의 하나가 엄마가 아이들에게 설명을 하고 아이들은 열심히 전시실 앞의 설명글을 받아 적는 모습인데 저러다가 관람의 본질을 놓치지는 않을까 걱정하게 된다. 요새 박물관들은 홈페이지에 대부분 전시실에 대한 정보를 소개하고 있으며 또 어떤 곳은 아예 사이버 전시실을 만들어서 굳이 현장에서 받아 적지 않더라도 자세한 정보를 미리 얻을 수 있다. 정보를 얻는다기 보다 수많은 전시 작품들 중에서 자신과 영감을 나눌 수 있는 작품을 발견하고 하나를 보더라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집중과 여유가 필요할 것 같다. 또 다른 백과사전을 만들기 보다는 새로운 대상과의 만남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가에 대해 아이와 고민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홍준희·인터넷학부모공동체 '마음에 드는 학교' 대표
● 가볼만한 곳
박물관 종합정보 안내 http://www.korea-museum.g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