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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서부 대개발 현장을 가다]<8> 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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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서부 대개발 현장을 가다]<8> 위린

입력
2003.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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샨시(陝西)성 시안(西安)에서 비행기를 타고 북쪽으로 1시간 정도 가면 위린(楡林)이라는 도시가 나온다. 지평선이 끝없이 펼쳐진 황량하고 메마른 황토고원 지대 한 가운데에 자리한 이 도시는 탄광이 개발되면서 형성 됐다. 인구 350만의 꽤 큰 도시이지만 탄광지대가 으레 그렇듯 낡고 칙칙한 느낌이다. 이곳이 최근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서부 대개발 사업으로 자원 개발 붐이 일면서 주변 탄광지대가 새롭게 조명을 받게 된 것이다.위린 북부 탄광지대는 북쪽으로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 남부, 동쪽으로 산시(山西)성 북서부와 맞닿은 중국 최대 석탄 산지이다. 현재 석탄 생산량은 전체의 25%를 차지하는 산시성이 최대 규모이지만 점차 샨시성 북부와 네이멍구 지역의 생산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석탄은 저유황, 저회분의 연료용 탄으로 중국 동북부에서 생산되는 것보다 양질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곳 위린 탄광지대를 '서전동송(西電東送)'의 전략 중심지 가운데 하나로 개발할 계획이다. 서전동송이란 서부의 자원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 동부로 공급한다는 구상으로 서부 대개발의 핵심 전략 가운데 하나이다. 석탄을 산업용 연료로 곧바로 이용할 뿐 아니라 전력으로 바꿔 동부 연안지역으로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탄광지대에 화력발전소를 지어 석탄 운송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려는 이른바 '갱구(坑口)발전소' 건설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미 위린시 북부 유선(楡神)탄전에는 중국 선화(神華)그룹과 인허(銀河)·루넝(魯能) 전력회사 등이 참여하는 진제(錦界)갱구발전소 건설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지난해 4월 장쩌민(江澤民) 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착공식을 가진 이 발전소는 1단계 공사가 완공되면 60만㎾ 짜리 발전기 6개(360만㎾)가 가동되며, 최종 단계에는 500만㎾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매장량이 301억톤으로 평가되는 이 곳 탄전에는 연간 400만∼1,000만톤을 생산할 수 있는 탄광이 6개가 있고, 이보다 작은 탄광도 10여개나 된다.

여기서 생산되는 전력은 산시, 네이멍구 등의 탄광지대에서 생산되는 전력과 함께 북부 송전망을 타고 베이징(北京)과 톈진(天津) 등 중국 동북부 연해지역으로 공급된다. 중국 정부는 이곳 석탄지대 개발을 위해 59억 위안(한화 약 9,440억원)을 들여 위린 공항의 확장 이전을 추진 중이다. 또 동부 연해지역으로 연결되는 철도의 복선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주리서(朱立社) 샨시성 서부개발 팀장은 "서부 지역은 동부 연해지역보다 발전은 덜 됐지만 광물자원이 풍부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도 좋은 투자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력생산의 또 다른 에너지원은 수력이다. 샨시성 남서부와 경계를 이루고 있는 쓰촨(四川)성은 풍부한 수자원을 활용해 대규모 수력발전소 건설 계획을 추진 중이다. 현재 가동 중인 서부 최대의 얼탄(二灘) 수력발전소(발전용량 330만㎾) 외에 진사(金沙)강 유역에 총 3,670만㎾ 규모의 4개의 댐을 2030년까지 건설할 계획이다. 이는 단일 발전소로 세계 최대인 싼샤(三峽)댐 발전용량(1,820만㎾)의 2배나 된다. 이 가운데 1단계 공사(1,260만㎾)는 2015년까지 끝날 것이라고 성 계획위원회 관계자는 말했다.

쓰촨성은 또 양쯔(揚子)강 지류인 따뚜허(大渡河) 유역에 10개 댐(총 1,206만㎾)과 야롱강 유역 8개 댐(총 1,234만㎾)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들 댐에서 생산되는 전력은 서부 지역은 물론이고 중부 송전망을 통해 상하이(上海) 장쑤(江蘇) 저장(浙江) 등 동부지역으로 공급된다.

쉐홍(解洪) 쓰촨성 발전계획위원회 부주임은 "중국 수자원의 80% 이상이 중서부 지역에 편중돼 있어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서부 대개발 전략의 핵심 과제"라며 "중앙정부에서 많은 예산을 들여 대규모 댐 공사를 벌이는 것은 이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위린=김상철기자 sckim@hk.co.kr

● 권태호 광업진흥공사 시안사무소장

샨시성 북부 지역 석탄 개발에는 우리나라의 광업진흥공사도 참여를 모색하고 있다. 유린시 항라이완(杭來灣) 유연탄 개발 사업이 그것이다. 광진공은 이미 1996년 중국 정부와 탐광시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2001년에는 6개의 시추공을 뚫어 탐광시추조사를 마쳤다. 지난해 3월에는 샨시성 유린시와 석탄자원개발 합의서를 작성하고 중국 국토자원부로부터 개발에 필요한 절차인 매장량 인정서를 받았다.

권태호(權泰浩·사진) 광진공 시안사무소 소장은 "매장량이 12억톤 가량으로 연간 400만∼800만톤을 생산할 수 있다. 추가 탐사 및 중국측과의 협상을 통해 최종 합의가 이뤄지면 2006년 이후에는 개발이 가능할 것 같다"고 밝혔다.

권 소장은 "최근 중국산 석탄의 수입 점유율이 급증하고 있으나 개발 수입이 아닌 단순 수입 의존도가 높아 석탄시장 불안 시 공급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중국 동북부보다 품질이 우수한 서북부 지역의 석탄 개발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도 광산 개발에 외국자본을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2001년 8월 확정한 '서부 대개발 정책 실시에 대한 의견'(지침)에서 외국자본의 광물자원 투자에 대해 광구 사용료 감면 조치를 발표했다. 석유, 가스 이외의 광물자원 탐사·개발·채광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에게는 탐광권 및 채광권 사용료를 1년간 면제하고, 2∼3년차는 50%, 4∼7년차는 25% 감면해 준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자에 대해 채굴한 광물자원의 수출을 제한하거나, 석유 가스 등 일부 자원에 대해서는 개발 참여를 제한하는 등의 한계가 여전하다.

권 소장은 "한국기업이 서부 대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몇 가지 유망 분야 가운데 하나로 광산자원 탐사·개발을 꼽을 수 있다"며 "이는 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의 안정적 자원 공급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안=김상철기자

● 리잔수 시안시 당서기

"중국에서는 연줄이 있어야 사업을 할 수 있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이 같은 폐해를 없애기 위해 사업절차와 요건을 규범화하는 작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습니다."

리잔수(栗戰書·사진) 시안시 당서기는 중국 관리들의 '콴시(關係)' 폐해에 대한 물음에 "다른 나라도 비슷하지 않느냐"면서 이같이 대답했다. 그는 특히 일부 관리들의 몸에 밴 관료주의 타성을 깨기 위해 개방·개혁을 앞서 실천하고 있는 성·시나 외국에 보내 직접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서부 성·시들이 개발과정에서 겪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역시 자금 부족이다.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외자 유치에도 불구하고 빠른 성장과 개발 욕구를 채워주기에는 자금이 턱없이 부족하다. 리 서기는 "시안은 인재와 기초기술이 풍부한데 비해 산업화는 미흡한 수준"이라며 "지금까지 정부 차원에서 산업화에 큰 관심을 갖지 못한 데다 자금 부족으로 인해 좋은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리 서기는 시안의 탄탄한 산업 기초를 바탕으로 전자정보, 바이오, 신소재, 항공우주 등의 첨단 산업을 중점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시안과 주변 지역의 풍부한 광물·수력자원을 큰 장점으로 꼽았다. "올 1월 시안을 찾은 외국인 중 한국인 관광객 수가 처음으로 1위를 기록했습니다. 한국 기업의 투자도 이처럼 크게 늘어나길 희망합니다."

/김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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