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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렬의 책읽기 / "아빠가 책 읽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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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렬의 책읽기 / "아빠가 책 읽어줄게"

입력
2003.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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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가 한글을 깨치기 전에는 엄마에게 책 읽어 달라고 한 뒤 그 소리를 들으면서 잠들기 일쑤다. 그리고 자녀가 한글을 깨친 후에도 책 읽기에 흥미를 가지고 자기 혼자 읽는 재미에 빠지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책 읽기에 부담을 느끼는 아이는 전처럼 엄마에게 책 읽어 주기를 원하는 경우도 많다.엄마로서 자녀에게 책 읽어 준다는 것은 좋은 일이긴 하지만 늘 그럴 수만은 없다. 엄마는 그 가족 구성원 중 유독 자녀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시부모의 며느리도 돼야 하고, 남편의 아내도 돼야 한다. 자녀에게 밤마다 책을 읽어줘 자기 무릎을 베고 잠들게 하던 엄마도 간혹 누워서 쉬고 싶을 때도 있다. 이럴 때 자녀는 엄마 컨디션을 이해하지 못하고 책 읽어 달라고 보챈다면 아무리 마음 좋은 엄마라도 짜증이 나기 마련이다.

이럴 때는 책 읽어 주는 사람으로 대타가 나서야 한다. 핵가족인 집에서는 당연히 아빠가 나서야 한다. 책 읽어 주는 것은 엄마만 하는 줄 알았던 자녀에게 아빠가 책 읽어 준다고 하면 어떤 반응일까. 자녀는 처음에는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다가 엄마 목소리와는 다른 우렁우렁한 아빠 목소리를 듣고는 색다른 호기심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늘 똑같은 엄마 목소리만 듣던 아이는 아빠의 굵은 목소리를 듣고 그것대로 색다른 맛을 느끼며 흥미를 갖는다. 의외로 큰 효과를 볼 것이다.

그러므로 가끔 아빠는 짬을 내 자녀에게 책 읽어 주는 선심을 쓸 필요가 있다. 그러면 아빠는 아내 수고를 덜어주면서 그 어려움을 체험하면서 엄마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자녀에게 직접 사랑을 베푼다는 만족감을 맛보게 된다. 반면에 자녀는 자녀대로 아빠가 자기에게 책 읽어준다는 사실에 행복해 한다.

대가족이 사는 집에서는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번갈아 책을 읽어줘도 좋다. 노인은 노인대로의 목소리가 어린 손자에게는 새롭기 때문이다. 그러면 며느리는 그 시간에 시부모를 위해 간식을 준비할 수도 있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동화작가 child195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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