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덕스럽고 까다로운 '오거스타의 신(神)'이 결국 마이크 위어(33)의 인내심을 선택했다.캐나다의 왼손잡이 골퍼 위어는 14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4개 추가해 합계 7언더파 281타를 기록, 린 매티스(미국)와 연장전에 돌입한 뒤 첫번째 홀에서 승리하면서 108만 달러짜리 그린 재킷의 주인공이 됐다. 1992년 프로입문 이후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 획득으로 위어는 미국프로골프(PGA) 3승과 함께 올시즌 우승상금 1위(328만6,625만 달러)의 기쁨도 누렸다. 마스터스에서 왼손잡이 골퍼가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 전체 메이저대회로는 63년 브리티시오픈 챔피언 봅 찰스 이후 두번째다.
사상 첫 마스터스 3연패 대기록에 도전했던 타이거 우즈(미국)는 3오버파로 무너지면서 최종 성적 2오버파 290타로 공동 15위에 머물렀다. 마스터스에 처녀도전한 최경주(33·슈페리어)는 1오버파를 기록, 우즈와 함께 공동 15위에 그쳤지만 메이저대회 최고 성적 달성과 함께 공동 16위까지 부여하는 내년 마스터스 출전권을 따내는 행운도 얻어냈다.
위어는 쫓기는 입장보다 쫓는 자리에서 더욱 힘을 발휘하곤 했다. 위어는 자신의 PGA 투어 대회 6승을 모두 역전승으로 일궈냈다. 화려한 재능과 파워로 앞서나가기 보다는 좀처럼 무너지지 않는 뚝심과 냉정함으로 자신의 때를 기다리는 스타일이다. 위어의 진가는 악천후에 따른 강행군과 아이스링크 같은 그린 위에서 어이없는 실수와 이변이 속출한 67회 마스터스에서 드디어 빛을 발했다. 2타차 선두로 나섰던 제프 매거트는 3번홀(파4)에서 벙커샷이 턱에 맞고 튕겨나와 자신의 몸에 맞는 불운(2벌타)으로 트리플보기를 범한 데 이어 아멘 코너 중 하나인 12번홀(파3)에서 볼을 두번이나 물에 빠뜨리면서 퀸튜플보기(+5타)를 기록, 리더보드 상단에서 스스로 사라졌다.
기대를 모았던 우즈의 추격전도 3번홀(파4)에서 더블 보기로 중단되고 말았다. 3타까지 벌어졌던 위어가 그림자처럼 다가서는데 위협을 느낀 매티스도 18번홀에서 뼈아픈 보기로 연장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끝내 매티스는 연장 첫번째 홀(10번홀)에서 세컨드 샷이 왼쪽으로 말려 그린을 놓친 데 이어 어프로치와 퍼팅을 거듭 실수해 더블보기 퍼팅을 남긴 상태에서 3퍼팅으로 보기를 기록한 위어에게 우승을 헌납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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