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여자보다 불쌍한 이유 (남자와 여자가 동시에 해적한테 잡히면)남자: 널판지 위에 올라가게 한 다음 상어가 득실거리는 바다에 떠밀어 버린다.
여자: 선장이 한 마디 한다. "죽이지 말고 말 잘 들을 때까지 가둬 놔." 나중에 구출된다.
인터넷 게시판 유머란에 떠 있던 내용이다. 오랫동안 우리 사회의 약자는 여자였지만 요즘은 남자들이 불쌍해졌다. 감히 누가 남자임을 내세워 거들먹거릴 수 있을까?
드렁큰 타이거의 4집 '뿌리'에 실려 있는 '남자기 때문에'는 이 시대의 불쌍한 남자 이야기다. 이 남자는 노래 가사대로 하자면 '알집을 두개 찬' 이유만으로 여자들이 '흑기사'를 부르며 '원샷! 원샷!'을 외치면 먹기 싫은 술이라도 꿀꺽꿀꺽 용감하게 마셔야 하고, 그녀가 고운 손을 영원히 간직하도록 하기 위해 '내 주먹은 벌써 사포보다 거칠어졌어도 아파하지 않아'야 한다. '형제와 부모를 위해 내 심장을 아낌없이 바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남자의 속을 들여다 보면 마음이 아파진다. '맘의 한복판에 박힌 장대 위에 달린 벌집 속에 벌떼 가끔 따갑게 쏴대며 날 아프게' 한다. 그래도 '오징어에 고추장에 소주 열한 잔 반'에 고된 하루를 달래야 한다. 왜냐고? '남자기 때문에'. 왜 남자들이 불쌍해졌을까? 남자의 나라는 이미 망해가는 나라라는 것을 모르고 여전히 자부심에 물들어 있고 스스로 만들어 낸 제도에 충성을 바치고 있기 때문 아닐까? 일부 남자들은 벌써 그 몰락을 인정하고 있다. 어떤 남자('남자―지구에서 가장 특이한 종족'의 저자 디트리히 슈바니츠)는 여성을 향해 "부조리한 자부심을 포기하지 않는 가엾은 동물인 남자를 좀 잘 봐 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또 다른 남자('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의 저자 최재천)는 "인류는 어쩌다가 아들이 필수적인 존재가 될 수밖에 없는 '인위적' 제도를 만들어 냈다"고 말한다.
결국 남자들 스스로 굴레를 벗지 않는 한 불쌍한 남자들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일까. '남자기 때문에' 오늘도 힘드신 불쌍한 남자들 고민만 마시고 여성들에게 손을 내미는 건 어떨지?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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