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이 소리 서울시향 맞아?1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로린 마젤이 지휘하고 첼리스트 장한나가 협연한 서울시향의 특별연주회는 정말 특별했다. 첫 곡인 차이코프스키의 '로미오와 줄리엣 환상 서곡'에서 시작된 나지막한 탄성은 마지막 곡인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5번'에 이르러 감탄사와 우레와 같은 박수가 됐다. 차이코프스키의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협연한 장한나의 연주도 성숙한 일류 연주자의 모습에 걸맞았다.
변화의 중심에는 로린 마젤이 있었다. '세계 최고의 지휘자'라는 팸플릿의 문구가 과장된 감은 있지만 마젤이 이 시대의 대가 중 한 명인 것은 이번 연주회가 분명히 증명했다. 관객에게 보인 것은 악보 없이 지휘하는 마젤의 모습이었다. 첫 곡부터 마지막 앙코르 곡인 비제의 '아를르의 여인' 모음곡 2번 마지막 곡까지 그는 악보를 사진 찍듯이 외는 '포토그래픽 메모리'를 과시했다.
음악적 면에서도 그의 지휘는 견실했다. 과장된 몸짓 없이 꼭 필요한 부분만 짚어주는 단정한 지휘는 서울시향의 앙상블을 균형 있게 이끌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목관악기와 호른의 조화로운 울림과 이어지는 현악기의 유려한 사랑의 테마,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에서 3악장의 현악기와 목관악기의 멋진 울림, 모든 악기가 포효하는 4악장에서 균형과 리듬이 깨지지 않는 모습 등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물론 반대의견도 있었다. "마젤의 지휘는 개성이 없다"는 음악애호가도 있었고 "전혀 러시아적 해석이 아니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음반에서도 마젤의 지휘는 밋밋한 편이다. 이번 연주회에서도 금관악기가 지나치게 소심했고, 전체적으로 느린 템포에 음악적 굴곡도 약했다.
그러나 서울시향을 세계 유수의 교향악단과 같은 수준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적어도 중구난방인 서울시향의 앙상블을 균형 갖춘 앙상블로 빚어냈다는 데 만족해야 하지 않을까. 해석 수준은 그 다음 과제다. 마젤의 손끝 하나에 때로는 지나칠 정도로 긴장하며 반응한 서울시향의 모습은 그가 이 날 악단을 완벽하게 통제했다는 증거다.
장한나의 호연도 빠뜨릴 수 없다. '로코코…'에서의 대범한 해석이 오케스트라의 지원을 받지 못해 약간 빛이 바랜 감이 있지만 하버드에서 문학과 철학을 공부한 게 그의 음악세계에 좋은 영향을 주고 있는 듯하다. 빈 필을 이끌고 내한한 다른 M 지휘자와 C양에 비해 마젤과 장한나 콤비는 관객을 사로잡는 화려함은 덜했지만 음악적으로는 판정승을 거뒀다. 서울시향에도 한 마디. 계속 오늘만 같기를.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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