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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하게…세련되게…분홍색 '패션 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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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하게…세련되게…분홍색 '패션 도발'

입력
2003.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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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분홍색을 말할 때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는가. 갓 태어난 여자아기의 강보나 침내에 매달린 모빌인형인가? 아니면 손 한번 제대로 못 잡아보고 끝낸 풋사랑? 그것도 아니라면 천진난만하고 달콤한 롤리타?이런 이미지들만 연상했다면 당신은 분홍의 스테레오타입에서 한발자국도넘어서지 못했다는 증거다. 밝고 따뜻하고 가볍고 경쾌하고, 그래서 좀 유치하고, 성숙한 여성의 향기를 뿜어내기엔 어딘가 모자란 느낌의 색이라는.

하지만 패션애호가라면 올 봄과 여름, 분홍색의 경이적인 변신에 주목하자. 이라크전과 경기침체 등 우울한 환경을 화사한 색상연출로 잊어버리겠다는 듯 올해는 유독 색을 많이 쓰는 추세다. 하얀색, 주황, 분홍, 노랑, 파랑 등이 트렌드 색상으로 대두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분홍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캐너비’ 마케팅팀 김선영 팀장은 “봄에서 여름으로 갈수록 핑크색 사용이 많아지는 추세로 현재 시중에 나와있는 여름 초두상품의 30%가 핑크색”이라면서 “실제 판매율에서도 한 아이템에서 핑크색이 차지하는 비율이 70%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올해 전개되는 분홍색은 한가지 색이 이렇게 다양하게 변주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다채로운 색감을 보이는 게 특징. 거의 베이지색처럼 보이는 그래니트 핑크(granite pink, 화강암에서 볼 수 있는 차가운 느낌의 옅은 핑크)에서부터 페일핑크(pale pink, 연한 분홍색), 강렬한 느낌의 퓨셔(fuchsia, 바늘꽃과에 속하는 풀꽃의 색으로 적색을 띤 보라색과 비슷)에 이르기까지 색의 질감이 훨씬 풍부해졌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를 끄는 분홍은 실크나 레이온 같은 광택감있는 소재에 주로 사용되는 톤다운된(회색을 섞어 명도와 채도를 한풀 낮춘) 그래니트 핑크다.

그래니트 핑크의 인기는 분홍색의 이미지 변신과 관계가 있다. ‘시스템’디자이너 이경민씨는 “전에는 여성스럽고 사랑스러운 디자인의 옷에 분홍색이 주로 쓰였는데 올해는 시크(chic)하고 대담한 이미지의 옷에 분홍이쓰이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여성스러운 색상을 상반된 이미지의 옷에 사용하는 데서 오는 충돌을 즐긴다는 설명.

이씨의 말대로 시중에는 밀리터리 스타일의 카고팬츠, 원단을 그냥 가위로죽죽 잘라 이어붙인 듯한 느낌의 티셔츠, 몸에 꼭 끼게 재단된 날렵한 이미지의 블루종점퍼 등에 주로 톤다운된 분홍색이 쓰였다. 또 티셔츠를 제외한 대부분의 상품들이 광택감을 줘서 70~80년대 디스코시대의 펑키한 이미지를 살짝 녹여냈다. 올해 핑크를 제대로 입기 위해서는 결국 색상과 스타일의 상반된 이미지에서 오는 충돌을 즐기는 자세가 필요한 셈.

삼성패션연구소 서정미 수석연구원은 “세계 패션의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인 캐주얼트렌드는 동양과 서양, 여성스러움과 남성스러움 등의 믹스매치를 통해 늘 새로운 스타일을 추구해왔다”며 “올해의 분홍트렌드도 스타일과 색상, 어림과 늙음 등으로 믹스매치의 영역을 계속 확장하는 시도중하나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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