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아한 투피스 차림에 질끈 동여맨 긴 생머리, 복사뼈를 살짝 덮은 흰 양말과 검정 고무신. 탤런트 고정민(24)은 시대극 분장이 참 잘 어울린다.21일부터 KBS1 ‘TV소설 인생화보’ 후속으로 방송하는 아침드라마 ‘TV소설 분이’(극복 김혜린, 연출 정해룡ㆍ월~토 오전 8시5분)에서 주인공 영분 역을 맡아 변신한 모습에서도 어색함을 찾을 수 없다.
고정민은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에서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술집에 팔려갈 위기에 처해 서울로 도망간 뒤 꿋꿋하게 삶을 개척해 나가는 시골 처녀 영분 역을 맡았다.
“실제 성격은 정반대예요. 친구들은 저보고 ‘정만이’ ‘정팔이’라고부르는데…. 이번에 맡은 역도 차분한 여성이네요.”
10일 KBS 수원제작센터에서 만난 그녀에게서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동안의 순박하고 청순한 이미지와 달리 “고치려고 노력해보지만, 원래 털털한 성격”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등산과 스쿼시 같은 남성적 스포츠를즐기고 남자 친구보다 여자 친구가 더 많다고.
“제 얼굴이 평범하게 생겨서인지 시대극에만 출연하게 되더라구요. 처음에는 성형수술을 해볼까 고민도 했지만 지금은 평범한 얼굴이 장점이라고생각해요. 완벽하지 않은 얼굴이라 시청자에게 편안함을 줄 수 있어서 시대극에 자주 캐스팅되는 것 같아요.”
동아방송대 전산과 97학번(휴학)인 고정민은 99년 MBC 공채탤런트 28기로연기생활을 시작했다. 그 동안 ‘꽃보다 아름다운 그녀’ ‘순덕이’ 등5, 6편의 단막ㆍ특집극 주연으로 나왔다.
“후배를 따라 엉겁결에 원서를 냈다가 덜컥 공채 시험에 붙었어요. 그래서 연기 경험이 부족한데 2년 전 MBC ‘네 자매 이야기’에 주연으로 발탁됐다가 뒤늦게 바뀐 적도 있어요. 촬영 이틀 전에 현장에 갔더니 감독님이제게 사전 연락도 하지 않고 캐스팅을 바꿨더군요. 얼마나 섭섭했는지….
처음에는 연기자는 화려하고 돈과 명예가 보장되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는데하면 할수록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분이’는 서울로 도망 온 영분이 농활로 시골에 내려왔던 대학생 정일(김홍표)을 서울에서 다시 만나 사랑을 키워가고, 그 과정에서 자신에게 연정을 품은 정일의 친구 진환(이형표), 정일의 약혼녀 명주(이자영)와 삼각관계를 이루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고정민은 처음으로 일일극 주연을 맡았다. “큰 역이 아니더라도 현대물에출연하고 싶었는데 주연까지 맡아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영분이 살았던 60년대를 살아보지 않아 실감은 나지 않지만 소설 ‘소나기’처럼 수채화같은 수줍은 사랑 연기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시대극만 출연하느라 젊은 꽃미남 배우들과는 함께 연기해 본 적이 없다고투덜대는 고정민은 말띠. 인터뷰 도중 쉴 새 없이 말을 쏟아놓고는 “매니저가 천천히 말하고 대답도 짧게 하라고 했는데 어쩌죠”라며 함박 웃음을지었다.
김영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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