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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규의 세상읽기 / 외국어 잘할 수 있는 법칙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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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규의 세상읽기 / 외국어 잘할 수 있는 법칙 하나

입력
2003.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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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을 놀리고 싶을 때 써먹을 만한 퀴즈 하나.두 가지 언어를 모국어 수준으로 구사하는 사람은 바이링귀얼(bilingual), 3개국어에 능통한 사람은 트리링귀얼(trilingual)이라고 한다. 그러면한가지 말밖에 못하는 사람은? 모노링귀얼(monolingual)이라고? 물론 사전에는 그렇게 나와 있다. 하지만 여기서의 정답은 미국인(American). 할 줄아는 말은 오로지 영어밖에 없으니까.

미국인을 만나게 될 때마다 놀라게 되는 건 상대방이 영어를 능통하게 구사하리라는 걸 당연히 기대하는 그들의 태도다.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는미국인 정도나 예외일까.

짧은 미국생활 동안 만난 미국인들은 정도가 더 심했다. 아무리 영어가 만국공용어가 되었다 해도 세상에는 영어를 못하는 사람이 훨씬 많건만 어쩌면 저럴까 싶어 정색을 하고 물어본 적도 있다. 미국은 이민의 나라이며따라서 피부색이나 얼굴 생김생김만으로 영어 구사력을 짐작하기 어렵기때문이라는 대답을 들었는데 내 맘속은 여전히 글쎄 였다.

모국어의 파워와 자기 중심적 사고방식은 강한 상관관계가 있는 건 아닐까. 지구촌 전체가 반전을 부르짖어도 오불관언, 이라크에 미사일을 퍼부어대고 있는 부시 대통령을 보면 그런 생각이 절로 든다.

그렇다면 모국의 위상과 외국어 습득 능력의 상관관계는 어떨까. TV 프로그램 같은 데서 종종 접하게 되는 동남아 노동자들의 능숙한 한국어를 들으며 갖게 된 궁금증이다. 한국에 온 지 17년째건만, 한국어로는 의사소통이 안 된다는 신임 미국상공회의소 회장에 관한 기사를 읽을 때도 마찬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한국어 습득이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는 동남아 노동자와, 한국어를 몰라도생활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는 미국인 실력자. 똑같이 한국이라는 낯선 땅에서 살아가는 외국인이건만 이 두 경우의 한국어 습득 속도는 하늘과 땅차이일 수 밖에 없다.

언어학자는 아니지만 머릿속으로 공식 하나가 뚝딱 만들어 진다. ‘언어습득 능력=개개인의 능력(언어적 소양, 호기심, 뚝심 등등)×(배우려는 언어의 파워―모국어의 파워).’

미국인들의 경우를 대입해 보면 두 번째 항목은 대부분 마이너스일테니 외국어 습득 능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을 터. 그렇다면 반대로 우리나라 엄마들의 뜨거운 영어 교육열이 효과를 얻으려면 한국어의 파워가 커지면 안된다는 얘기? 허걱!!

/이덕규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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