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장을 아시나요?’ 어느 동네 으슥한 곳에 있는 모텔의 이름이 아니다. ‘러브장’은 사랑하 는 사람끼리 교환하는 예쁜 그림편지로, 노트에 글과 그림을 넣어 꾸민다 . 여기서 ‘장’은 ‘연하장’ ‘메모장’ 등에 붙어 있는 ‘장(狀)’과 같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우정장’이라는 것도 있다. 단짝 친구들끼리 서로의 우정을 다짐하며 교환하는 것이다. 러브장은 대체로 흰 노트에 예쁜 그림과 사랑에 대한 글귀를 써 넣어 만든 다. 예를 들면 종이 상단에 해와 해바라기를 그리고 그 밑에 ‘나는 너만 바라보는 해바라기야’라고 쓰는 식이다. 유명한 노래 가사나 사랑에 대한 시 구절을 써 넣기도 한다.*1318세대의 커뮤니케이션 수단
좋아하는 사람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직접 써 보내거나 천마리 종이학을 접 어 보내는 것은 여학생들 사이에 아주 오래 전부터 내려온 풍습(?)이다. 그러나 ‘러브장’이라는 새로운 이름의 문화가 정착된 것은 겨우 2~3년밖 에 되지 않았다. 보통 1318세대 여학생들이 많이 만들지만, 최근에는 짝꿍 을 좋아하는 초등학생부터 군대 간 애인을 기다리는 20대 여성에 이르기까 지 넓은 연령층에 러브장 문화가 보급됐다. 가장 디지털적 세대라 할 수 있는 이들이 수작업을 선호한다는 것은 아이 러니처럼 보인다. 팬시 전문점에 가면 전문 디자이너가 만든 예쁜 편지지 를 쉽게 살 수 있지만 러브장을 보내는 이들은 조금 덜 세련되더라도 직접 만드는 것을 선호한다. 편지뿐 아니라 선물을 보낼 때도 골판지로 직접 만 든 상자에 넣어 보낸다. 장미도 꽃가게에서 사는 게 아니라 종이로 일일이 접어서 만들어 낸다.
*인터넷 카페에서 아이디어 공유
그러나 가장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이들도 디지털의 이 점은 충분히 활용한다. 정성들여 만든 작품을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 도 들고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도 들어보는 인터넷 커뮤니티가 그들의 활동 장소다. 현재 다음 카페에는 러브장과 관련된 카페만 1,000개가 훨씬 넘고 , 그중 가장 회원이 많은 카페인 ‘러브장 꾸며보실래요?(cafe.daum.net/ilovenote)는회원 수가 50만명이나 된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카페에 여학생뿐 아니라 남학생들도 많이 찾아온다는것. 요즘 10대들은 남자들도 여자친구를 감동시킬 만한 선물을 준비하기위해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는다. “사랑의 CD를 만들어 선물했더니 여자친구가 감동해서 눈물까지 흘렸어요”라며 경험담을 공유하기도 한다.
10대들의 ‘러브장’ 문화에 대해 한 20대 후반의 네티즌은 “값비싼 물질적 선물보다 정성을 담아 직접 만든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마음이 기특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네티즌은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장문의 편지보다는 단문 위주로 짧게 자신의 뜻을 전달하는데 익숙해진 요즘세대들이 긴 문장의 연애편지보다 짧은 문장의 러브장을 선호하게 된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최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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