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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방송은 지금 / 佛 풍자뉴스 '꼭두각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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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방송은 지금 / 佛 풍자뉴스 '꼭두각시들'

입력
2003.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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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소식입니다. 오늘 바그다드에서는….” 이라크 전쟁 발발 이후 프랑스 TV 뉴스는 거의 대부분 이렇게 시작되고 있다. 끝까지 전쟁에 반대한프랑스지만 방송만큼은 미국이나 이라크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 시각을 유지하려는 모습이 역력하다.이러한 방송의 ‘거리 두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답답하게 여기는 프랑스인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풍자 뉴스, ‘꼭두각시들(Les guignols)’이다. 전국 네트워크 채널 ‘캬날 플뤼스’(Canal Plus)에서 매일 저녁 7시55분 에 방송하는 8분 짜리 인형극 뉴스로서 날카로운 시국 풍자로 명성을 누리고 있다.

이 프로에는 모두 실제 인물을 패러디한 인형들이 등장한다. 진행을 맡은인형은 인기 캐스터 프와보르 다르보르의 큰 귀와 숱 없는 머리카락을 익살맞게 표현했다. 인형 하나에 성우 1명, 동작 담당 2명이 달라붙어 실제인물의 어깨 짓은 물론 유연한 손놀림까지 그대로 흉내낸다.

요란한 음악과 함께 뉴스가 시작되면 양손에 원고를 쥔 캐스터 인형이 첫소식을 전한다. “부시 대통령의 중대 발표입니다.” 오른쪽 위 자료화면에서 꼭 끼는 양복에 미군 모자를 눌러 쓴 부시 인형이 어깨를 움찔대며선언한다. “이라크의 재건을 유엔이 주도해 가야 합니다.” “아, 놀라운결정이네요. 어, 테이프가 다 돌아가지 않았네요. 다시 틀어봅니다.” “이라크의 재건을 유엔이 주도해가야 합니다. 음, 그러니까 2070년부터, 헤헤.” “어쩐지….”

“오늘은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과 함께 합니다. 전황을 알려주시죠.

” “글쎄, 뭐, 나야 모르지. 폭스 뉴스를 보면 난 세 번 죽었고, 우리 공보장관 말로는 우리가 미군을 쳐부쉈대.” 굵은 눈썹의 후세인 인형이 우물쭈물 대답한다. “이길 수는 없을 것 같던데요.” “모르는 소리! 전략적 요지에는 애들을 배치했다구, 히히.” “근데요, 대량학살무기, 그거정말 있습니까?” “그럼.” “왜 안 쓰죠?” “미디어 플레이 땜에.” “정말요?” “이런, 멍청한 친구. 실은 어디 숨겼는지 잊어버렸어.” “저런!” “그러니까 부탁 하나 하자. 미군한테 그거 찾으면 나한테 좀 돌려주라고 해. 나 지금 그게 꼭 필요하걸랑.”

시청자들은 전쟁의 두 책임자를 풍자하는 ‘꼭두각시들’의 입담에 무릎을친다. 이처럼 ‘꼭두각시들’은 정곡을 찌르는 한마디로, 이권을 배제한풍자, 악의 없는 웃음을 선사한다. 풍자 안테나에는 성역이 따로 없다.

정국을 고민하고 있다는 시라크 대통령 인형이 온종일 ‘TV 가이드’를뒤적이며 낄낄대는 모습이 나가도, 방송사 사장 인형이 경주마와 결혼하는장면(채널이 경마 중계에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을 빗대서)이 나가도 항의하는 사람이 없다.

완전한 자유 없이는 진정한 웃음이 없고, 비판 의식 없이는 발전이 없다는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어차피, 정보 꼭두각시 놀음이 아닌가 말이다. ‘꼭두각시들’은 오늘도 이렇게 뉴스의 말문을 연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러분은 아직도 TV 뉴스를 믿고 계십니다.”

오소영.프랑스 그르노블3대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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